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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 첫 교수 된 ‘오뚝이’
[조선일보 허윤희기자]

눈으로는 장애를 확인할 수 없었다. 그는 옅은 하늘색 셔츠에 붉은 물방울무늬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짧은 머리카락은 잘 빗겨져 있었고, 얇은 뿔테 안경이 지적으로 빛났다. 13일 오후 천안 나사렛대학교에서 만난 장진석(張鎭碩·44) 교수. 장애인은 어딘가 어두울 거라는 편견은 빗나갔다. 그는 훤칠하고 멋있는 신사였다.

“어서 오세요. 제가 장진석입니다.”

그가 양손을 움직이며 인사를 건넨다. 옆에 있던 수화(手話)통역자가 그의 말을 ‘소리’로 옮겨주었다. 불쑥 내민 명함에는 ‘나사렛대학교 수화통역학과 전임교수 장진석’이라고 적혀 있었다. 지난 3월 장씨는 국내 최초로 청각장애인 교수가 됐다.

그는 4살 때 이하선염을 심하게 앓고 나서 청력을 잃었다. 한 살 연하인 동생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내가 온갖 아픔 속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았던 건 어머니 덕분”이라고 했다. “우리 형제가 청력을 잃고 나서 중학교 수학선생님이던 엄마는 학교를 퇴직하셨어요. 사람 구실 하려면 세상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면서 피눈물로 우리를 가르치셨죠.”

처음엔 농학교에 입학했지만, 초등학교 6학년 때 일반학교로 편입했다. “일반인들의 사회를 깊숙이 알려면 그 속에 들어가야 한다”는 게 어머니의 뜻이었다. “그때부터 힘들고 괴로운 일들의 연속이었죠. 농학교에선 수화로 통했지만, 여기선 아무것도 알아들을 수 없었어요.” “너 진짜 말 못해?” “말해봐”라며 조롱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하루는 친구와 심하게 다투고 돌아온 그가 울면서 “다시 농학교로 보내달라”고 했다. 그때 어머니는 집 앞에 서있는 향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나무를 봐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늘 똑바로, 올곧게 서 있지 않으냐. 너도 그런 사람이 돼야 한다.”

자라면서 차곡차곡 쌓인 아픔들이 그의 에너지원이 됐다. 그는 1984년 상지대 재학시절 수화동아리 ‘농우회’를 만들었고, 대학 졸업 후에는 ‘한국청각장애인복지회’ 에 근무하면서 수화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20여년 동안 거쳐간 제자만 3만명이 넘는다. 전국 각 대학에 수화동아리 붐을 일으켜 ‘수화동아리의 대부’라는 별명도 얻었다. 대학에선 수화를 학점으로 인정하는 강의들이 생겨났다.

2001년 1월. 그는 하던 일을 모두 버리고 미국 유학을 떠났다. “농인과 건청인(建聽人)을 소통시키기 위한 학문적 기반이 필요했다”고 했다. 다시 자신과의 힘겨운 싸움이 시작됐다. 읽기 위해 영어를 공부해야 했고, 말을 위해서는 미국 수화를 배워야 했다. 두 개의 언어를 한꺼번에 익히면서, 남몰래 화장실에서 울기도 했다. “장학금 받고 아껴가며 살았죠. 굶을 때도 많았습니다. 배고플 때는 물이 제일 맛있던 걸요.”

그는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었는데, 농인이면서 박사이신 교수들의 당당한 모습을 보면서 오기가 생겼다”고 했다. 결국 미국 갈로뎃 대학에서 ‘농학(Deaf Studies)’으로 아시아 최초로 석사학위를 받을 수 있었다.

그는 “듣지 못하고 말을 못 하더라도 꿈을 가져야 한다”며 “그래야만 희망이 보인다”고 했다.


(천안=허윤희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ostinat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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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6.04.18 20:42:56

보인이 아버지의 소식을 이렇게 접하니 정말 좋습니다.
"듣지 못하고 말을 못 하더라도 꿈을 가져야 한다"
듣을수도 있고 말도 할수있으면서 꿈을 가지지 않았던 제 자신을 다시 뒤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뵐 수 없지만.. 감사합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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