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임브리지 연합장로교회 - The Cambridge Korean Presbyterian Church : Boston, MA ::


오랜만에 글을 올리면서, 교우들께 인사를 드립니다.
지난 2월에 귀국했던 담을 넘은 가지 조영헌입니다.
그 사이 벌써 6개월이 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지금도 캠연장에서 경험했던 하나님과 새벽기도의 기쁨은 여전히 제게 큰 힘이요 격려입니다.
특별히 많은 시간을 함께 했던 요셉구역과 청년부 지체들 모두 역동적인 활동을 계속 이어가고 계시겠지요?

떠나기전에 자주 글을 올리겠다는 약속도 지킬 겸...
이번달 저희 집 가족신문 <비둘기집>에 썼던 글을 이곳에도 올립니다.
제 인생에 있어 중요한 매듭을 지었기에, 그 매듭을 도와주셨던 캠연장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다시한번 올립니다.
쓰다 보니 더 보고 싶네요.
평안하세요. 사랑합니다.

조영헌 드림


<박사학위라는 매듭>

내가 박사과정에 입학한 것은 2000년 3월이었다. 입학하기 직전인 그 해 1월 어느날, 40년의 학문 생활을 회고하시던 지도 교수님의 싯귀를 바라보면서, 나름대로 비장한 각오와 기대를 가지고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겼던 적이 있었다.

  “나는 나의 중국사 연구의 시점을 학부 4학년부터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학년 2학기에 현재의 지도 교수님의 “논저강독” 수업을 받으면서 학문의 길에 대한 일말의 흥미를 발견했으나, 본격적인 공부의 시작은 4학년 1학기 학부졸업논문을 쓰면서부터라고 해야 적당할 것이다. 그 전까지는 흥미와 관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는 것도 없었고, 알고 싶은 마음도 적었다. 그렇다면 나의 학문 나이는 이제 겨우 만 4년을 지나 5년째에 접어든다고 볼 수 있겠다. 이런 생활을 8번쯤 하면 지금의 선생님처럼 될 수 있을까? 생각만으로도 즐겁기 그지없다. 적어도 10년이 될 때쯤 박사논문이 완성될 수 있도록 새로운 내 학문의 집을 설계해 나가야겠다.”

그 때로부터 6년 반이 지났고, 드디어 박사과정을 모두 마치고 학위를 받게 되었다. 당시 기대했던 것보다 약 반년이 ‘초과’되었지만, 중국역사에 마음을 정하고 공부를 시작한지 10년 반 만에 박사학위라는 매듭을 짓게 된 것이다.

매듭을 짓는 이유는 하던 일에 대한 종결의 의미도 있지만, 새로운 시도와 방향전환을 위한 기억과 자리매김의 수단이기도 하다. 적당한 시점과 자리에서 매듭을 잘 지어야, 모양도 예쁘고 견고하다. 이러한 입장에서 볼 때, 이번 학위논문이라는 매듭은 나중에 어떻게 평가되어질까? 자못 궁금하다. 하지만 그 때 겸허하고 정직하게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우선 지금은 논문과 함께 경험했던 여러 관계와 감정의 매듭을 좀 더 견고하게 묶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논문을 쓰고, 비평을 받고, 또 지속적인 교정 작업을 진행하면서, 절감한 것이 하나 있었다. 논문은 결코 내 힘과 지혜로 완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사실 250여 페이지에 불과한 논문집 하나가 뭐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선생님들과 동료 선후배들의 따뜻한 조언과 신랄한 비평이 들어있다. 더구나 항상 팔삭둥이처럼 모자라기만 했던 나였기에, 여러 분들의 값진 도움을 받기만 하면서도 그것을 부끄러워할 겨를이 미처 없었다. 특히 지도 교수님께 받은 가르침과 은혜는 말과 글로는 표현하기 어렵다. 철부지같이 어리숙한 제자를 조금이라도 학자답게 만드시려고 애쓰시던 선생님의 노고를 생각하면, “성실”과 “열정”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큰 ‘죄’인지를 절감하게 된다. 그런 선생님을 내 학문과 인생의 지도교수로 모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 얼마나 감당하기 힘든 기쁨인지 충분히 고백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도할 뿐이다.
  
  논문을 양가 부모님과 아내에게 전달하면서 또 다른 종류의 감격을 경험하였다. 말없는 가족들의 격려와 기도, 그리고 경제적인 도움들... 철없던 시절, “나중에 효도할 터이니, 투자하는 셈 치고 도와주세요”라는 버릇없는 요청을 속는 척 하시면서 들어주신 부모님은, 10년 동안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 없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셨다. 경제력이 곧 학문적 성과를 담보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기초적인 의식주에 대한 부담으로부터의 해방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는 지난 경험을 통해 절감할 수 있었다.

  졸업을 앞두고 나를 지탱해 주었던 공동체에 대한 고마움이 밀려온다. 결혼 후 새로운 삶의 둥지가 되었던 예수마을 교회, 중국 베이징에서 1년 동안 찬양의 열정을 회복시켜 주었던 안디옥 교회, 미국 보스턴에서 1년 반 동안 성령충만의 겸손함을 경험하게 해 주었던 캠임브리지연합장로교회, 10여년 동안 신앙과 학문의 일치를 추구하도록 격려해 주었던 서울대 인문대학 기독인 모임과 대학원생 모임(인원모), 그리고 1994년부터 지금까지도 매주 모이면서 지속적인 위로와 힘이 되었던 동양사학과 기독인 모임까지... 이 모든 모임은 내게 있어 기쁨과 즐거움, 슬픔과 안타까움을 치우침없이 공유했던 운명 공동체와도 같다. 지금도 눈감으면 파노라마처럼 떠오르는 공동체의 구성원들로부터 받았던 사랑을 갚을 길은 도무지 없다. ‘사랑의 빚’에 대한 채무자로서의 부담, 그것은 결코 불유쾌한 것이 아니지만, 이젠 받기만 했던 섬김을 주어야 할 때가 임박한 것이다.

  지금까지 열거했던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주는 분이 계시다. 나를 만드시고 내 길을 인도하시는 하나님이다. 매일 매일 조금씩 그 분을 알고 경험하는 즐거움은 지난 10여년 간의 여정을 지나오면서 조금도 고갈되지 않았다. 이제야 비로소 다음과 같은 성경 구절의 뜻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두렵고 떨림으로 오늘의 영광을 오직 그 분께 올려드린다.

  “너의 시대에 평안함이 있으며 구원과 지혜와 지식이 풍성할 것이니 여호와를 경외함이 너의 보배니라. (He will be the sure foundation for your times, a rich store of salvation and wisdom and knowledge; the fear of the LORD is the key to this treasure)”(이사야 33장 6절)

황영옥

2006.09.14 05:25:40

집사님 안녕하세요.
지난 여름 여러가지 수고를 해주셔서 좋은 만남의 시간을 갖게 된것 감사드립니다.
졸업 축하드립니다.
가족사진을 보니 모두들 통통해 지신것이 특히 수아의 얼굴이 보기에 너무 좋네요.
수근이가 안보이네요. 아마도 할머님 무릎에 있었겠지요?
자주 소식 주시고 수아수근이 쑥쑥 자라는 모습 올려 주세요.
다시 한번 더 학위 받으신것 감축드립니다.

김융석

2006.09.14 10:26:00

집사님 반갑고 축하드립니다. 하나님의 긴 인도하심 중간에 보스톤에 계셨지요. 주님께서 학교에서 강단에서 집사님을 통해 영광받으실 것이 기대됩니다...

이재원

2006.09.15 13:28:11

축하드립니다. 그 학교 참 오래다니셨지요.^^
졸업식을 마칠때 머릿속에는 아마도 여러감정들이 교차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화통화만 하고 함께 식사한번 못하고 온 것이 안타깝네요.
건강하시고, 앞으로도 좋은 소식 계속 기대하겠습니다.

유광훈

2006.09.15 15:33:03

영헌~ 졸업축하하고, 함께했던 시간들이 감사하네. 그로 인해 있었던 삶의 변화 또한..

근데, 그 학교 졸업 가운은 너무 멋이 없어.. 이 학교 가운은 그보단 좀 낫네 싶지.. 후훗.

임마누엘의 하나님을 알아가는 모험, 즉 삶은 졸업으로 인해 이제 새로운 시작일 뿐이겠지? 앞으로 더욱 풍성한 열매 맺어 영광 돌리는 사람이 되기를 기도할께.

조영헌

2006.09.15 16:27:33

그렇지요. 졸업 가운 입던 날 사실 더워서 죽을 뻔 했어요. 졸업생 모두들.. 한국에선 항상 2월 졸업이 기준이기에, 한여름 무겁기도 무겁고 한창 두꺼운 동복을 입고 식에 참여하느라.. 완전히 싸우나 했지요. 광훈 집사님 부부를 따로 만나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꼭 필요한 때에 다시 만나게 하시겠지요.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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