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임브리지 연합장로교회 - The Cambridge Korean Presbyterian Church : Boston, MA ::




주일 아침. 친구 윤호영 선교사(WEC)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윤 선교사는 얼마전 사랑하는 아내이자 세 아이 (8살, 5살, 1살)의 엄마인 맹지혜 선교사를 대장암으로 먼저 하나남 나라에 보내었습니다.
이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보다 더 하나님을 신뢰 할 수 있을까.......
각 처소에서 믿음을 붙잡고 기도하는 캠연장 식구들에게 은혜를 끼치기 위해 이 편지 일부를 나눕니다. 하나님이 그의 가정을 위로하시고 또 그의 가정을 통해 영광 받으시길 기도합니다.



2006.9.24 주일

우리가 바라고 소망하던 시나리오는 이러했습니다. ‘짙은 어둠 속 광풍은 계속되고 삼킬 듯한 파도가 배를 내동냉이 치지만, 선장되신 주.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견디어 내던 어느 날 파란 하늘과 태양빛 머금은 눈부신 바다 위에 떠 있는 감격스런 우리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귀중한 경험으로 우리는 힘줄 굵은 군사가 되어 약속의 땅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하.나.님의 시나리오는 달랐나 봅니다. 완치 되었다고 판정 받은 지 두 달 남짓 시한부 복막재발을 진단 받았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온전히 하.나.님을 신뢰 할 수 있는 기회로 삼고 더욱 주를 의지했습니다. 몸 상태는 브레이크 없는 내리막길 자동차처럼 끊임없는 악화 일로를 걸었지만 더 깊은 은혜를 향한 단련으로 여기고 믿음의 시련을 인내로 경주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6월 27일 당신은 지혜를 부르셨습니다. 본향으로…….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많이 혼란스러웠습니다. 아니 지금도 그렇습니다. 만든 믿.음이 아닌 주신 믿.음이라 생각했기에, 만든 비전이 아닌 주신 비전이라 생각했기에 더더욱 그랬습니다. 때론 “호영아, 네가 이래도 믿고 따를래?”하고 말씀하시는 듯 했습니다. “이젠 고만 설치고 조용히 애들 키우라”는 다정한 충고도 들었습니다. 제 꿈은 영롱하게 빛나다 산산이 부서져 버린 비눗방울이요, 제 모습은 날개 부러진 새와 파선된 범선 그 자체였습니다.

하지만 부어 주신 은혜를 어떻게 부인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원하였던 그것을 주지 않으셨을 뿐……. ‘6일간의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기적’과 또 ‘그 기간동안의 천국체험’은 생각할 때마다 심장을 뛰게 합니다. 장례식 때 본 ‘낙원에 있는 지혜’ 또한 그러했습니다. 풍족한 은혜요 새벽별 같은 은총이었습니다.

원망하고 따지며 허리춤에 손을 얹고 콧김 씩씩거리며 대들 분도 당신이지만 흐느끼다 지쳐 쓰러져 위로받고 새 소망을 얻을 분도 당신이었습니다. 사랑 가득 나를 품에 안으시고 말없는 긍휼의 눈빛으로 보듬어 주시는 그분…….당신은 내 슬픔이요 기쁨이며 또 내 삶의 이유입니다. 먼 훗날 눈물 닦아주시며 당신을 향한 믿음의 고백이 헛되지 않았음을 신원하여 주실 분 또한 당신이심을 알고 있습니다.

한 순간 꿈과 같았던 짧디 짧던 인생을 뒤돌아보며 지금 내게 주셨던 이 시련이라 이름하는 존귀한 시절을 허락하셨음을 감사할 것입니다. 죽음도 삶도 현재일이나 장래일도…….그 무엇도 우리 주 예.수.그.리.스.도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을 의심하게 할 수 없었습니다. 육신이 흙으로 돌아가듯 영혼은 본향으로 돌아가며, 은하수 속 스치는 빛 한 점이 우리 인생일진대 이별도 영원을 잇대는 징검다리의 하나일 것입니다.

가을입니다. 하늘이 깊고 푸르듯 슬픔도 청명함을 더합니다. 하루의 언저리부터 가을 숨결이 차오르듯 삶이 평강의 물기를 머금기 시작합니다. 한 낮으로 내 몰린 여름날의 잔상 속에서도 가득하게 들려오는 풀벌레의 속삭임처럼 승전가의 주인은 이미 당신이십니다. 아이들과 같이 살기 시작한지 어느덧 한 달 반이 되었습니다. 좋은 도우미 아주머니를 만나 아이들 셋과 함께 사는 끔찍한 행복을 처절하게 누리고 있습니다. 반나절은 직장에서 반나절은 집에서 엄마도 아빠도 아닌 아수라백작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상실감과 자신도 모르는 상처에서 헤어나기위해 몸살을 앓으며 나름의 인생을 살아내고 있습니다.




조용히 당신의 음성을 듣습니다. 지금은 닻을 내리고 멈춰서라 하시는…….당신의 그늘 아래서 기다리라 하시는……. 하지만 당신의 부드런 음성이 불어오면 다시 돛을 올릴 것입니다. 바람 가득 머금은 돛처럼 제 마음은 이미 당신을 향한 기대로 한껏 부풀어 있습니다. 젊은 날 저와 세 아이들에게 허락하신 이 소중한 아픔을 잘 즐겨내고 허송하지 않기를 소원하며…….

2006년 가을길가에서

아름다운, 하늘, 나라, 보리(호영,서린,여명,사라)드립니다



남상민

2006.10.05 20:28:01

늦게 열어본 글이 마음을 아프게 하는 군요.
정말 하나님은 이러한 순전한 믿음의 수준을 요구하시나 봅니다.
나누어주신 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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