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임브리지 연합장로교회 - The Cambridge Korean Presbyterian Church : Boston, MA ::
오늘 저녁예배는 너무나도 은혜로운 시간이었다. 목사님의 말씀을 통해 도전받고 깨우치고 나의 잘못된 생각들을 하나님 앞에 고백하고나니 정말 울기 힘든 내가 한참을 울게 되었다 (난 정말 눈물이 잘 나지 않는데 오늘은 정말 많이 울었다). 세수를 하고 들어와 다시 들어와 앉아 잠시 묵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나님께서 내게 주셨던 은혜들에 대한…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보니 어릴적 교회에서 잠자던 생각이 났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그 때 아버지는 사당동 평화시장 옆에서 개척교회를 시작하셨다. 갈보리 교회, 이름 그대로 고난이 많은 교회였다. 지하에, 의자도 없는 예배당이었지만 그저 내 기억 속의 그 교회는 아름답기만 하다. 아직 나이가 어렸던 나는 지금의 캠연장 몇몇 아이들이 그러는 것처럼 어른들의 기도시간에 방석에 누워 잠이 들곤 했다. 아련하게 들려오는 찬양 소리, 기도 소리, 흐느끼는 소리와 훌쩍이는 소리들을 들으면서 잤던 기억이 잔잔하게 밀려온다. 사실 그 소리들이 대학시절에 배운 칼빈주의, 구약개요와 신약개요, 기독교철학과 조직신학 보다도 더 많이, 나의 세계관을 만들어놓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성경 속에도 잠에 대한 말씀들이 있는 것이 기억한다. 간사한 방법으로 축복을 가로채고 형이 두려워 도망하던 야곱, 그 야곱이 하나님의 임재를 체험하는 장면은 잠자는 중에 일어났다.

“한 곳에 이르러는 해가 진지라 거기서 유숙하려고 그곳의 한 돌을 취하여 베개하고 거기 누워 자더니 꿈에 본즉 사닥다리가 땅위에 섰는데 그 꼭대기가 하늘에 닿았고 또 본즉 하나님의 사자가 그 위에서 오르락 내리락하고 또 본즉 여호와께서 그 위에 서서 가라사대 나는 여호와니 너의 조부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요 이삭의 하나님이라 너 누운 땅을 내가 너와 네 자손에게 주리니 […] 야곱이 잠이 깨어 가로되 여호와꼐서 과연 여기에 계시거늘 내가 알지 못하였도다” (창세기 28:11-16).

“[…] 그러므로 여호와께서 그 사랑하시는 자에게 잠을 주시는도다” (시편 127:2).

늘 잠이 부족했던 나는 대학시절 예배시간에 졸았던 적이 많다. 당시 청년회장이었던 나는 그 직분의 무게에도 불과하고 눈꺼풀의 무게를 이길 수 없었다. 이런 나에 대해 장로님 아들인 내 친구가 해준 얘기가 있다. 늘 졸던 나를 보신 당시 미국 대사관에 근무하시던 부감 집사님께서 부장 장로님께 묻는다. “아니, 철규는 회장인데 왜 맨날 교회에서 졸죠?” 친구를 통해 나에 대해 들으신 장로님께서 대답하셨다. “토요일마다 공사장에 가서 일을 하고 와서 많이 피곤할 거에요.”

아마도 그 때 그 집사님의 나에 대한 관점이 180도 변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나에게 듀퐁 코리아의 미국인 사장을 소개시켜 주시면서 한국어를 가르쳐보라고 하셨다. 돈은 내가 달라는대로 주었고 곧 더불어 미국 부자 아이들의 수학과외까지 시작하게 되었다. 노가다니 편의점이니 리어커니 하는 모든 힘든 아르바이트의 끝이었다. 다 예배시간에 졸다가 받은 은혜였다. (물론 예배시간에 졸면 안된다.)

성경에도 나같은 사람이 하나 있다. 유두고라고… 사도행전 퀴즈대회를 준비했던 사람들은 다 알만한 청년이다. 말씀을 들으며 졸다가 떨어져 죽었지만 부활을 경험하는 은혜를 입었다.

내일 모레 그리스어 시험이 있다. 도서관에서 남들은 다 공부 끝내고 복습하고 있던데 나는 25과 중에서 10개나 남았다. 나의 게으름을 누구에게 탓하랴… 하지만 공부에 지치고 잠이 부족한 우리 유학생 동지들에게 도전하고 싶다. 집에서 푹 자는 것 보다 주일날 교회와서 졸다보면 오히려 하나님께서 축복해 주실 거라고…

이제 그만 쓰고 그리스어 공부해야겠다. 잠자는 지율이의 이마에 축복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지…

p.s.: 성경에는 이런 말씀도 있다. “네가 좀더 자자, 좀더 졸자, 손을 모으고 좀더 눕자 하니 네 빈궁이 강도 같이 오며 네 곤핍이 군사 같이 이르리라” (잠언 24:3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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