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임브리지 연합장로교회 - The Cambridge Korean Presbyterian Church : Boston, MA ::
지난 한 달간 저를 괴롭게 만든 것은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심리적 어려움도 아니고, 보스턴에서 다시 뚜벅이로 살아가느라 1시간 30분씩 대중교통을 이용해 교회에 나와야 하는 물리적 어려움이 아니었습니다. 논문학기에 있는 유학생에게 가장 절실한 “노트북”의 부재였습니다.  

저의 물질자산 보물 1호가 된 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이 녀석은 9월의 어느 날 덜덜거리더니 팬이 멈추었고 몇 시간 후 까만 화면을 내 보이며 그 동안의 법정근로시간 위반에 대한 서러움을 토로 하였더랬습니다.  아픈  사람은 어떻게 돌보는 지 자신이 있는데 아픈 노트북은 어떻게 돌보는 지 자신이 없던 터라 이놈을 입양해 온 Microcenter로 데리고 갔다가 결국 이놈이 태어난 HP본사로 보내진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마침내 한달 만에 이 녀석과 함께 돌아온 것은 사용자 과실인 “liquid damage”로 인한 손상인 것 같으니 의료보험으로는 해결해 줄 수 없고 이 놈을 고치려면 700불의 본인부담금이 필요하다라는 견적서였습니다. 허걱! 아무 조치도 안 한 채 견적서와 함께 microcenter로 되돌아왔다는 음성메시지를 받는 순간 느낀 허망함이란..

지난 한 달 동안 그저 진찰만 받고 그 어떤 care도 받지 못하고 다시 돌아온 노트북도 불쌍한 놈이지만 이 놈이 없어 겪는 서러움과 그리움과 불편감으로 인해  저도 많이 불쌍했더랬습니다. 더러는 microcenter manager에게 따지기도 하고 HP에 버벅거리며 전화도 해 보고….. 그동안 이래저래 제가 받은 마음의 상처와 시간적 손실에 대한 억울함에 울컥하는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와 700불을 들여 고치느니 이 놈을 포기해야겠다는 현실적인 결론에 마주하며 독한 마음을 먹었지만 그 동안 잃어버린 시간은 어떻게 만회할지 분한 마음을 삭이면서 새로운 노트북을 알아보아야 하는 암담함을 마주한 채 하여간 복잡한 마음으로 마지막으로 만지작거리며 버튼을 눌렀는데 어라……   윙……

있을 땐 몰랐는데 노트북이 없음으로 인해 제 생활패턴이 아주 달라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학교 연구실이나 도서관에서 나와 집에 돌아온 다음에는 절대 페이퍼를 쓸 수 없어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한글책인 성경책을  읽다가 잠이 들 수 밖에 없고…. 다시 아침이 밝으면 학교로 출근하는 아주 규칙적인 생활… 다행히 데이터는 백업해두었다는 것도 이 상황에서 감사가 되더라구요^^

그 시간 동안 제게 주신 말씀은 구역예배에서 꼭 미리 예습하라고 장로님이 교재를 나누어주신  “무화가 나무 잎이 마르고 포도 열매가 없어도 난 주 여호와로 인해 기뻐하리라”는 하박국 말씀이었습니다.  논문 쓰는 유학생에게 노트북이 없어도, 넓은 미국 땅에 차가 없어도,  가족을 두고 홀로 돌아온 보스턴에 친구가 없어도, 당장 쓸 용돈이 없어도…..  그래도 주 여호와가 계시니 기뻐하기까지는 힘들어도 슬퍼하지는 말아야지…..
그리고 지난 금요일 목사님이 말씀 중에 읽은 성경구절…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애굽에서 종 되었던 시절을 잊지 말라 하시던 ….모든 것이 낯선 미국땅에서 어리버리하던 시절의 아픔을 절대 잊지 않으리라 다짐하면서…..

어쨌든 저의  짧은 지식으로는 왜 노트북이 안 돌아가다가 지금은 또 돌아가는지 해석할 길이 없지만…. (liquid가 마르면서 해결된 문제인지 아니면 먼지입자 때문인지?)  지난 한 달 동안 경험은 삶에서의 상실 혹은 그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준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제 노트북에 안수라도 해야 되겠다며 같이 걱정하고 기도해주신 구역식구들....
금요기도회에 오는 셔틀동지들의 안부^^ 가끔 케임브리지 마이크로센터를 왔다갔다 하는 도중에 잠깐 만나 교제했던 사람들^^ 모두 감사합니다.

김수정_장년

2008.11.01 09:04:03

제가 한국에서 노트북 배달을 할뻔 하다가 하지 않게 된 이유에는 이런 사정이 있었군요. 저도 지난 두주동안 멀쩡하던 웹사이트들이 갑자기 로그인이 안 되서 몇날을 새벽까지 씨름하면서도 해결하지 못해 좌절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다 되는 거에요. 웬 조화인지...나의 기도를 하나님이 들으시고 해결해 주셨구나 싶었지만...그래도 왜 안 됐는지...그러다 왜 해결됐는지 영문을 모르니 그냥 꿈만 같더라구요.^^

최재혁

2008.11.01 11:54:39

김상희 집사님, 제가 사는데 도와드렸던 제품인데 문제를 일으켰었다고 하니 죄송스럽네요! 논문에 하나님에 대한 집사님의 열정이 담기길 기도합니다.

김상희

2008.11.02 07:35:31

김 집사님.. 웹지기로서의 수고에 늘 감사드립니다.
최 집사님.. 격려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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