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임브리지 연합장로교회 - The Cambridge Korean Presbyterian Church : Boston, MA ::


드디어 다음 주면 3학년인 채니가 MCAS (Massachusetts Comprehensive Assessment System)라는 시험을 보게 됩니다. 메사추세츠 주의 3학년 부터 12학년까지의 학생들이 1년에 한 번 보는 이 시험은 개인에게는 누적된 기록이 상급학교 진학여부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학교나 각 시에서는 학교의 실력과 명성을 가늠케하는 객관적 자료로 남기 때문에 부모나 학교 모두가 관심을 가지는 듯 합니다. 다행히 3학년 시험은 기록에 누적되지 않는 pre-test의 성격이 강합니다.

작년 10월 학교에서 편지가 왔습니다. 요지는 이듬해 3월 말에 있을 MCAS 시험 준비를 위해 채니를 비롯한 몇 명의 학습 부진아를 위해 보충수업을 실시할 예정이니 동의서를 보내라는 것이었습니다. 학급에서 유일한 외국인 학생인 채니가 다른 아이들에 비해 영어 읽기, 쓰기 능력이 뒤쳐지는 것이 당연한 일이고 잠시 있다가 귀국할 예정인 우리 가족에게 아이의 MCAS 시험은 큰 관심이 아니였고, 게다가 저희 부부로서는 아이의 영어능력을 향상 시키는 것보다 아이가 자신감을 잃지 않는 일이 더 중요한 이슈였기 때문에 아주 조심스럽게 채니에게 MCAS 준비반의 참여여부에 관한 의사를 물었습니다.

채니의 대답은 의외로 명쾌합니다. 학교 선생님이 하루에 30분씩 일주일에 나흘간 특별과외를 공짜로 해 주는 거 아니냐면서 흔쾌히 가겠답니다. 게다가 매일 다른 아이들보다 30분 먼저 가니 절대 지각할 일도 없으니 자기에게는 두 가지 이득이 있답니다.  이때부터 학습 부진아 채니의 과외수업이 진행되었고 오늘 마지막 수업이 있었습니다.

부부가 미국에 와서 공부하고 연수하면서 덤으로 아이들에게도 좋은 경험을 갖게 해 주는 거라 스스로 위로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부모가 정신없이 살다보니 아이들에게 크게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자신들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부모를 따라 이 곳에 와서 부모가 다른 언어, 문화, 가치 속에서 경험하는 혼란을 아이들도 마음의 준비없이 고스란히 당하고 있는 모습이 조금은 안쓰럽기도 합니다. 다른 엄마들처럼 아이들을 위해 부지런히 도서관을 데리고 다니면서 많은 책들을 읽게끔 도와주지도 못하고, 아이들을 많이 초대해서 함께 놀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지도 못하고, 따로 영어과외나 학원 수업을 통해 모자라는 부분을 채워주지도 못하고, 그저 겨우 숙제나 봐 주는 정도에서 만족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학습 부진아의 타이틀을 얻은 채니를 볼 때 더 미안한 것 같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이 곳에서 스스로 터득해 가는 것은 영어가 아닌 문제해결 능력인 것 같습니다. 생존을 위해서 나름 특색있는 전략을 구사하기도 하고 (지원이는 게다리 춤으로 유명인사가 되었고 채니는 만화에 나오는 눈 크고 예쁜 드레스를 입은 공주그림을 그려주면서 친구들의 관심을 얻게 되었습니다. )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 하는 방법을 터득해 나가는 것 같습니다. 채니의 표현대로 채니는 영어를 못하는 게 아니라 한국 사람이니 한국어를 잘하는 것이고 게다가 영어를 조금 할 줄 아는 것입니다. 시험을 앞둔 채니의 말이 인상에 남습니다. "어짜피 나한테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시험이지만 다른 아이들처럼 한 번 열심히 시험쳐 보려구요. 결과가 궁금하니까요. "

돌아갈 날이 다가오고 보니 또다른 어려움에 봉착합니다. 채니 스스로가 4학년 수업을 잘 따라 갈 수 있을 지 걱정합니다. 글쓰기도 걱정, 수학도 걱정, 한자도 걱정이랍니다. 다행히 수학은 한국에서 보내 준 학습지 문제들을 보더니 해 볼 만한 것 같다는 결론을 얻은 듯합니다. 걱정하는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는 공부를 잘 못해도 삶에서 부딪치는 소소한 문제들을 합리적인 방법으로 풀어갈 수 있고 그 과정과 결과에 만족하며 행복해 할 수 있으면 학습 부진아일지언정 인생 부진아는 아닐 수 있지 않나 애써 위로합니다.

do il kim

2008.03.20 22:50:40

집사님 귀한 나눔과 글 감사드립니다.
수필가로 나가셔도 되겠습니다.^^
두 분의 마지막 미국에서의 학기 잘 마무리 될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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