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임브리지 연합장로교회 - The Cambridge Korean Presbyterian Church : Boston, MA ::
 
2003년 2월 24일 월요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활동을 21일에 마치고 22일부터
2박3일간 설악산 근처의 리조트에서 오랜만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왔다. 내 인생에서 가장 바빴던 55일간의
인수위 활동 결과 몸도 마음도 기진맥진해졌다. 청와대
인사에서 3급 행정관으로 주저앉혀진 상태에서 심신을
쉬려고 했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고, 온갖 상념들이
밀려온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가'라는 항변도 터져
나오고, ‘나는 진짜 무능력한 사람이 아닌가’하는
자괴감도 밀려온다. 그럴듯한 자격증 하나 갖지 못하고
지난 20년간 민주화운동을 하고 정치활동을 한 것에 대한
회한도 다시 일어난다.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감도 생긴다.
이것은 패배감인가, 배신감인가, 무력감인가.
  나의 이름이 비서관으로 보도되었다가 미끄러져 내리고,
나를 바라보는 수  많은 사람을 생각하면서 얼굴을 들기도
웃음을 짓기도 힘들다. 현재의 이 상황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막막하다. 함께 일한 사람도, 기자들도, 나를 아는
수많은 사람들이 물어온다. ‘어떻게 된 일이냐’고,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나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
아니냐고 쉽게 말하지만 흔쾌하지는 않다. 마음 한
구석에서는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머리의 한 곳에는
대선 직후에 생각한 것처럼 나의 인사권자는 대통령이
아니라 하나님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생각을 지탱하기는 참으로 힘들다.
왜 하나님이 이러한 결정을 내리셨는지 설명이 되지
않는다. 다시 욥을 생각해야 하는가. 내가 하나님의
시험에 들었는가. 왜 하나님은 나를 또 시험하시는가.
내가 다시 단련되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인가.
  역시 모든 것은 나의 문제, 하나님의 문제로 귀착이
된다. 참으로 납득하기 힘든 인사지만 이번 인사는 나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고 그 결정은 하나님이 하신 것이다.
내가 그 동안 잘못한 것을 떠올린다. 참회하고 하나님께
소홀한 나 자신을 발견한다. 아마 이 일이 없었다면 나는
이전처럼 또 하나님의 힘이 아니라 나의 힘으로 살려고
했을 것이다. 나에겐 오직 하나님 밖에 없다. 나는 성품과
능력으로는 이 세상을 감당할 수 없다. 나는 투쟁도 싫고
굽실거림도 싫다. 나는 나의 일을 하고 나머지는 모두
하나님께 맡길 뿐이다.
  이번 인사도 하나님의 결정이라고 믿고 따를 수밖에
없다. 나는 이미 두 달 전에 그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하나님이 당신의 사랑하는 아들에게 나쁜 것을 주실 리가
없다. 하나님이 주시는 것은 모두가 좋은 것이다. 그것이
설령 죽음일지라도, 청와대의 문지기일지라도 하나님께서
주시는 것은 모두 좋은 것이다. 내게 꼭 필요한 일이다.
“하나님 아버지, 아버지로 하여 제가 이 세상에서
분노하지 않고 좌절하지 않고 낙담하지 않게 하여
주시옵소서. 오직 ‘사랑하는 아들아’라고 하신 그
말씀을 가슴 속 깊이 간직하게 해 주시고, 하나님의
아들된 자로서 자부심과 자신감을 갖고 이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게 해 주옵소서. 하나님 아버지, 섬세하고
예민한 인간의 영혼을 돌보게 하옵소서. 제가 상처를 준
영혼이 있습니다. 그 영혼을 어루만져 주옵시고, 혹 제가
무의식적으로라도 상처를 준 영혼이 있다면 하나님
아버지께서 위로해 주시옵소서. 제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믿을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는 분은 오직
하나님 한 분이십니다. 저의 인생 하나님 것이오니 하나님
아버지께서 이끌어주시옵소서”    


2003년 3월 2일 일요일

  나의 현 위치가 하나님의 뜻으로 된 것임을 흔쾌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낙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삶의
방식을 돌아본다. 나의 잘못된 삶의 방식을 반성하며
누군가 말했던 다음의 구절을 지침으로 삼아야겠다.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라면 지금 하자.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면 내가 하자.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일이라면
열심히 하자.”


2003년 3월 8일 토요일

  참으로 악하고 무능력하기 짝이 없는 나에게 오직
하나님만이 희망이고 생명이다. 나의 힘으론, 나의
의지론, 나의 생각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정치도,
지금의 일도, 다른 어떤 일도 제대로 할 수 없다. 내 생명
하나도 내 스스로 유지할 수 없다. 7년 전 하나님을 처음
믿을 때 그랬던 것처럼, 인생의 절정에서 또 다시 인생의
가장 깊은 골짜기를 헤맨다. 오직 기도만이 살 길이다.
기도없이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


2003년 3월 13일 목요일

  나는 똥이다. 고로 나는 버려야 한다.
  

2003년 3월 16일 일요일

  “이삭이 그 땅에서 농사하여 그 해에 백배나 얻었고
여호와께서 복을 주시므로, 그 사람이 창대하고 왕성하여
마침내 거부가 되어 양과 소가 떼를 이루고 노복이 심히
많으므로 블레셋 사람이 그를 시기하여 그 아비 아브라함
때에 그 아비의 종들이 판 모든 우물을 막고 흙으로
메웠더라.  
  아비멜렉이 이삭에게 이르되 네가 우리보다 크게
강성한즉 우리를 떠나가라. 이삭이 그곳을 떠나 그랄
골짜기에 장막을 치고 거기 우거하며, 그 아비 아브라함
때에 팠던 우물들을 다시 팠으니, 이는 아브라함 죽은
후에 블레셋 사람이 그 우물들을 메웠음이라. 이삭이 그
우물들의 이름을 그 아비의 부르던 이름으로 불렀더라.
이삭의 종들이 골짜기에 파서 샘 근원을 얻었더니  그랄
목자들이 이삭의 목자와 다투어 가로되 이 물은 우리의
것이라 하매 이삭이 그 다툼을 인하여 그 우물 이름을
에섹이라 하였으며, 또 다른 우물을 팠더니 그들이 또
다투는 고로 그 이름을 싯나라 하였으며, 이삭이 거기서
옮겨 다른 우물을 팠더니 그들이 다투지 아니하였으므로
그 이름을 르호봇이라 하여 가로되, 이제는 여호와께서
우리의 장소를 넓게 하셨으니 이 땅에서 우리가
번성하리로다 하였더라.  
  이삭이 거기서부터 브엘세바로 올라갔더니 그 밤에
여호와께서 그에게 나타나 가라사대, 나는 네 아비
아브라함의 하나님이니 두려워 말라. 내 종 아브라함을
위하여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게 복을 주어 네 자손으로
번성케 하리라 하신지라. 이삭이 그곳에 단을 쌓아
여호와의 이름을 부르고 거기 장막을 쳤더니 그 종들이
거기서도 우물을 팠더라.  
  아비멜렉이 그 친구 아훗삿과 군대장관 비골로 더불어
그랄에서부터 이삭에게로 온지라. 이삭이 그들에게 이르되
너희가 나를 미워하여 나로 너희를 떠나가게 하였거늘
어찌하여 내게 왔느냐. 그들이 가로되 여호와께서 너와
함께 계심을 우리가 분명히 보았으므로 우리의 사이 곧
우리와 너의 사이에 맹세를 세워 너와 계약을 맺으리라
말하였노라.“

  일요예배 시간에 목사님이 설교하신 내용이다. 이삭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우물을 팠다. 경선 이전부터 판
우물은 경선이 끝나고 메워졌으며, 새롭게  대선과 인수위
기간 중에 판 우물들은 대선과 인수위 활동이 끝난 뒤에
또 메워졌다. 모든 노력이 무위로 돌아가고 또 다시 나는
떠돈다. 다툼의 ‘에섹’이고 적대의 ‘싯나’이다.
이삭의 속이 부글부글 끓어 오른 것처럼 아직도 내 마음은
온갖 감정으로 끓어오르고 있다.
  이제 청와대에서의 활동이다. 여기서 장소가 넓은 뜻을
가진 ‘르호봇’의 우물을 파자. 그러나 결국은
브엘세바로 가야한다. 일곱 우물, 언약의 우물이 있는 곳,
아버지 아브라함이 살았던 곳에 가야 한다. 가을엔 내
고향 칠곡으로 가서 단을 쌓고 여호와의 이름을 부르며
새로이 우물을 파야한다. 그곳은 정치적으로는 죽음의
길이며, 험난한 가시밭길이고, 십자가를 지지 않고는 가지
못하는 길이다. 그러나 그 곳에 “내가 너로 하여 네
민족을 구원하리라, 사랑하는 아들아 너는 나의 일을
하라, 네 일가친척을 구원하리라”는 하나님의 언약이
있고 축복이 있다. 그 때에 사람들은 말하리라.
“여호와께서 너와 함께 계심을 우리가 분명히 보았다.”


2003년 3월 19일 수요일

  새벽기도를 갔다. 기도를 하지 않고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기도로 하루를 열지 않으면 하루가 허망하고 내
인생이 비참해지기 때문이다. 앉아서 기도를 하다가 단
앞으로 나아가 기도를 드린다. 나의 인생을 인도해주실
것을, 동생의 병 나음과 민족 구원의 약속을 이루실 것을
기도한다. 대통령과 ‘그랄 목자 일동’을 위해,
일가친척과 친구를 위해 기도한다.
  대구를 위해 기도한다. 대선의 패배로, 지하철화재로
불타고 그으러진 그 마음을 생각하며 하나님의 은혜를
간구한다. 그리고 보니 나의 기도대상은 거의 대부분
대구에 있다. 부모 형제, 일가친척, 친구들이 모두 대구에
있다.  오만과 교만과 절망과 고통 속에 있는 대구경북의
사람들에게 하나님께서 은총을 내려주시길, 새로운 희망을
주시길 기도한다. 대구를 위해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으며
기도한다.
  나는 20년전 내 고향 칠곡을 벗어나고 싶었다. 뭔가
답답하고 비루한 생활을 청산하려면 대구를 떠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제는 대구로 돌아가야 하는가.
고향은 나의 기도를 요구하고 나는 고향의 우물이
필요하다. 십자가의 길, 가시밭길이지만 하나님이
보내시면 가야한다.  


2003년 11월 30일 일요일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에 겟세마네 동산에서
하신 기도의 내용을 읽기 위해 성경을 펴들었다.
  “내 마음이 심히 고민하여 죽게 되었으니 너희는 여기
머물러 나와 함께 깨어 있으라.
  내 아버지여, 만일 할 만하시거든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내 아버지여, 만일 내가 이 잔을 마시지 않고는 이 잔이
내게서 지나갈 수 없거든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를
원하나이다.”

   대구에 내려가 출마하기 위해 청와대 사직서를
제출하기 일주일 전인 지금, 목 성대에 혹이 생겨 수술을
한지 열흘, 지난 토요일부터 이틀간 대구에 있다가 돌아온
오늘 저녁, 나의 상태가 ‘내 고민이 심하여 죽을
지경’에 이르렀다. 대중 정치인이 되기 위해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한다는 것이, 대구에 내려간다는
것이, 참으로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드는 청와대
정책실을 그만 둔다는 것이, 여기에 더해 온통 목을 써야
할 일이 많은데 수술한 목이 계속 불편한 것이, 앞으로
닥칠 인생의 수 많은 고통들을 생각하는 것이 고민이 되어
‘죽을 지경’이다. 속이 상할 지경이고 머리가 터질
지경이고 그래서 스트레스로 머리털이 자꾸 빠지고 있다.


   3월 29일 토요일 대구에 내려갔다. 100여명의 친구,
선후배, 친척들이 나의 청와대 입성 축하를 위해 모였다.
나는 출마에 대한 생각의 일단을 ‘연어’ 이야기로
풀어갔다. 산골짜기 개울에서 태어난 작은 연어가 넓은
바다로 나가 태평양을 누비고 장성하고 살이 쪄 다시
골짜기의 개울로 돌아오는 연어, 그 연어는 알을 낳게
위해, 죽기 위해 돌아온다. 넓은 바다에서 장성한
연어에게 죽기 위해 다가가는 그 좁은 개울은 얼마나
고통이었을까. 알을 까보지도 못하고 인간에게 잡아먹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연어는 얼마나
고민되었을까. 뒤돌아 갈 수도, 앞으로 나갈 수도 없다.
나는 연어 이야기를 했다. 잡아먹히기 위해 돌아온다고.
잡아먹힐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4월 12일 토요일 대구 팔공산에서 ‘화요공부모임’의
MT가 있었다. 식사하고 강연듣고 뒤풀이를 하고, 그
중에서 대구 칠곡의 사람들을 만났다. 이장환 목사,
이철우 원장이었다. 그들은 북구 강북의 지역운동을
주도하는 사람이었고 내년을 총선을 위해 몇 년간
준비해왔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내년에 출마할 마음이
있다고 하자 한참을 생각한 후 그렇다면 자기들은
포기하고 나를 도울 수도 있다고 했다. 하룻밤에 강북지역
시민운동가들과 힘을 합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하나님의 뜻이 대구에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나는 거의 매 주말 대구에 내려갔다. 사람들을 만나니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호의를 베풀었다. 친구와
선후배뿐만 아니라 낯선 지역민들도, 부녀회원들도 모두
편하게 다가왔다. 정권초기의 인사에서 대구경북 출신
인사들이 입각하면서 대통령에 대한 대구민들의 지지도도
높아졌고, 새 정부에 대한 기대도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5월부터는 지역에서 청와대 관람객들도 올라왔다.
청와대 녹지원에서 인사도 나누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주중에는 청와대에서 일을 하고 주말에는 대구에서 그
많은 사람을 만나고 올라와도 하나도 피곤하지 않았다.
삶의 의욕이 나고 대중 정치인으로서 인생의 새로운
비전이 보였다.

  그러나 여름에 접어들면서 국정상황이 점점 꼬여갔다.
거대 야당의 힘이 되살아나고 조중동을 중심으로 하는
거의 모든 언론들이 정부에 대한 반대편에 섰다. 경제는
호전될 기미가 없고 계속되는 노사갈등과 사회갈등으로
소비심리, 투자심리가 더욱 위축되었다. 그러다가 7월
양실장 사건이 터지자 정부에 대한 지지는 급락했다.
고향에 내려가 할 말이 없었다. 청와대로 올라오는
사람들에게도 끝내 성공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희망의
이야기를 할 뿐 얼굴을 대할 마음이 제대로 나지 않았다.
대구에 내려가는 회수를 줄였다.

  고민이 시작되었다. 출마할 것인가, 아니면 5년간
청와대 일에 몸을 던질 것인가. 일부 비서관들이 8월에
사표를 쓰고 나갔지만 나는 그 시점을 12월로 미뤘다.
뭔가 청와대에서 성과를 내고 나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12월 쯤가면 성과가 나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가을이 들면서 청와대 일에 좀더 매진하고 대구에
내려가는 회수를 한 달에 한두 번으로 줄였다.

  국정상황은 점점 나빠졌다.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민주당은 분당되고 대통령은 배신자, 분열주의자로
몰렸다. 큰 비판세력이 하나 더 늘었다. 국회가 열리면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온 힘을 다해 노 정권을 공격한다.
이른바 측근들이 타깃이 되었다. 정책관리비서관을 비롯한
몇몇 비서관들이 헬기 사건으로 6월 달에 날아가고,
10월에는 최도술이 비리혐의로 구속되었다. 대통령을
재신임을 내걸었고 모두들 묘수라고 했지만 나는 이런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 흔쾌하지 않다. 국정감사에서
대통령의 ‘오른팔’이 날아갔다.

  작년 11월 나는 대선승리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승리 후
정권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도 세력연합은 필수라고
사람들에게 역설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방침은 관철되지
않았다. 운 좋게 대선에서는 승리했지만, 정권초기 출범은
그럴 듯했지만 소수 정권, 나아가 극소수 정권에게 시간은
항상 상대방의 편이었다. 이러한 국정상황의 원인을
언론에, 과반수를 넘긴 한나라당에, 변화를 거부한
민주당에 돌릴 수 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론 대통령의
전략부재에, 코드에, 가슴 속 깊이 있는 恨의 불덩이에도
돌릴 수 있으리라.

  10월이 되자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출마할 것인가.
청와대에 있을 것인가. 고민이 깊어 스트레스가 되고
이것으로 머리카락이 빠질 지경이 되었다. 하나님께
기도도 해보지만 절실해지지도 않고 제대로 응답을
느끼지도 못한다. 기도응답외의 온갖 방법으로 진로를
예측해본다. 토정비결도, 주역도 모두가 아직 출마할 때가
아니라고 대답한다. 가장 상징적인 표현은
‘풍천소축(風天小畜)’이다. ‘하늘에 바람은 불지만
구름이 적게 쌓여 비는 내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주변
사람들의 의견도 하나로 모아지지 않는다. 나는
갈팡질팡한다. 출마하지 않기로 작정을 하고 대구에
내려가 가족회의에 붙이면 모든 사람들이 내년에 승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 출범 뒤 12대 국정과제를 다루기 위해 각종
위원회와 T/F를 만들었고 그 핵심 결과물로 이른바 3대
특별법안(지방분권특별법,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신행정수도건설특별조치법)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2/3를 점하고 있는 상태에서 3대법
모두가 국회통과가 불투명하다. 김두관 행자부 장관은
9월에 이미 국회에 의해 짤렸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측근비리 특검법이 통과되어 정권을 무력화하기 위한 온갖
수단이 동원된다. 이제 청와대와 정부는 국회 앞에서
고양이 앞의 쥐와 같은 처지가 되었다. 정기국회 막바지에
접어들수록 이제 청와대가 할 일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국회를 바꾸지 않고는 나라를 바꿀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출마 쪽으로 마음을 결정했다. 12월 첫 주까지만
청와대에서 근무하고 사직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비서관께
이야기하고, 정책실장께 말씀을 드렸다. 주위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우리 지역의 발전을 위한 몇가지 계획을
세운다. 어떤 사람은 힘들겠다고 이야기하지만, 또 많은
사람들은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인양 축하한다는 말을
건네지만, 나는 死地에 끌려가는 기분이라고 말한다.

  목에 혹이 생겼다. 총선 후가 아니라 지금 수술하는
것이 낫겠다고 의사가 이야기하고 수술을 했다. 이틀간
입원하고 몇 일 요양했지만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하나보니 상처가 잘 아물지 않는다. 목이 선거에서 가장
큰 도구인데 이 도구가 고장이 나버렸다. 수술한지 열흘이
지났지만 말하기가 불편하다. 어제의 고등학교 후배
동기회 창립대회에서도 나의 출마가 공식화되고, 12월
13일 지구당 창당날짜도 정해졌다. 오늘은 살 집도
구했고, 일할 사무실도 구했다. 그러나 대구에 다녀온 내
마음은 수술한 내 목처럼 꽉 잠겨있다. 마음도, 몸도
출마하지 않는 쪽으로 계속 나아가나 상황은 자꾸 출마
쪽으로 빨려 들어간다. 진퇴양난이고 깊은 수렁에 빠졌다.
몸에, 마음에 자신이 없고 앞날이 불안하다. 머리가
욱신거리고 속이 답답하다.

  예수님의 겟세마네 동산에서의 기도가 생각난다.
‘하나님 아버지, 내 마음이 심히 고민하여 죽게
되었습니다. 살려 주이소. 살려 주이소. 그러나 아버지여,
만일 내가 마시지 않고는 이 잔이 내게서 자나갈 수
없거든 내 뜻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이런 기도를 하면서 성경을 펼치니 예수님의 다음
말씀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그러므로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할 것이요, 한 날 괴로움은 그 날에
족하니라.”

  하나님 아버지, 예수님, 성령님 밖에는 없다. 이 악하고
약한 인생이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하나님밖에는
없다. 네게 힘주시는 이, 지혜주시는 이, 영광주시는 이는
하나님이다. 지난 인생에 오늘과 같은 때가 또 얼마나
많았던가. 두 길을 놓고 헤매인지가, 진퇴양난에서 고민한
때가. 미국에 도착했을 때도, 북한동포돕기운동을 끝낸
뒤에도, 세종리더십센터를 가지고 고민할 때도, 그리고
노무현 후보의 캠프에 있을 때도, 대통령인수위를 마쳤을
때도 그랬다. 그 때마다 하나님께서는 가장 좋은 길로,
가장 좋은 방법으로 나를 인도해주셨다. 하나님
아버지께서는 자신의 사랑하는 아들을 나쁜 길로 인도하실
리가 없다. 나쁜 것을 주실 리가 없다.
  살기 위한 기도가 필요하다. 아버지 하나님께서 제대로
기도를 하라고 8개월 만에 간증을 쓰게 하셨다.


2003년 12월 5일 금요일

  내일이면 청와대를 사직하고 대구에 내려간다. 대구에서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에 계신
분들에게『시대에의 헌신 : 새로운 나라, 새로운 정치,
새로운 대구를 위해』라는 제목으로 사직 인사말을 했다.
다음은 그 전문이다.  
                        *                      *
ꡒ언젠가 해야 할 일이라면 지금 하자.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면 내가 하자.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일이라면
열심히 하자.ꡓ
  저는 이 말을 청와대에 들어온 직후 마음 다짐으로
되새긴 적이 있습니다. 그로부터 이제 10개월이 지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선 승리로 보면 이제 1년이 다
되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1년간, 그리고 지난 10개월 동안 우리는 참으로
많은 일을 했습니다.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 인수위 시절 우리는 ‘참여정부’의
가치를 내걸고, 3대 국정목표와 4대 국정원리, 그리고
12대 국정과제를 체계화했습니다. 이것을 현실화하기 위해
우리는 새로운 인사시스템을 만들고, 위원회와 TF를
만들고, 로드맵을 만들었습니다. 회의의 체계를 바꾸고
정보의 유통방식과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자 했습니다.
  과거의 생각으로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일들이 이제는
우리에게 상식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청와대 속에 있는
우리 자신은 잘 모르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불편하고
불만족스럽고 불안한 것은 사실입니다. 국정지지도가
30%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을
한참 밑돌아 서민의 생활이 힘들고, 사회적 갈등이 더욱
증폭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북한 핵문제나 이라크
파병문제가 아직도 우리를 짓누르고 있기도 합니다.

  오늘 나라의 상황이 어려운데 대해 우리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권 출범 초기이기에
성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대통령의 당선을 바라지 않은 사람들이
‘빈대를 잡기위해 초가삼간에 불을 지르고 있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노력과
정성, 전략과 지혜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제 스스로는 제가 좀 더 열심히 했더라면, 좀
더 담대했더라면, 좀 더 지혜로웠다면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저의 가슴 속 깊은 곳에는 희망이 있습니다.
저는 친구를 만날 때나, 고향사람을 만날 때 “지금은
비록 나라의 경제사회 등 국정상황이 여러 가지로 좋지
않지만, 그래서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보좌하는 참모로서
참으로 죄송하고 몸 둘 바를 모르겠지만,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도록 도와달라고, 결국 노무현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이 될 것이다”고 말을 하곤 합니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희망의 근거’는 ‘기적의
법칙’을 따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난 12월
19일 대선 승리라는 기적을 보았습니다. 우리의 민족사를
생각하면, 지난 2000년 4월 총선에서의 패배를 생각하면
불과 2년 만에 천지가 개벽하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대선승리는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닙니다. 국민이 만들고,
역사가 만들고, 하늘이 만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기적은 140년 전 미국에서도 링컨을 통해 일어난 적이
있습니다. 우리 대통령은 그 기적의 공통된 원인으로 두
가지를 들고 있습니다.

  하나는 ‘원칙과 상식이 승리하는 사회, 개혁과 통합의
새로운 시대’를 향한 역사의 큰 흐름이 형성되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하나는 ‘낮은 사람이, 겸손한 권력으로
강한 나라’를 만들 것이라는 국민의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원칙과 상식, 개혁과 통합을
굳건히 견지한다면, 또한 우리가 국민에게 더 낮아지고 더
겸손한 권력을 행사하면서도 강한 나라를 만들어간다는
믿음을 계속 줄 수 있다면 우리는 성공한 정권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우리 대통령을 생각할 때면 항상 링컨을
떠올립니다. 인생역정뿐만 아니라 현재의 상황도
비슷합니다.『노무현이 만난 링컨』책을 보면 프레드릭
더글라스는 대통령 링컨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ꡒ대통령 직에 있는 동안 에이브러햄 링컨보다 더
맹렬한 공격을 받은 위대한 공직자는 별로 없습니다. 그는
가끔 자기 친구의 집에서도 상처를 받았습니다. 자기
진영의 내부와 외부, 그리고 반대편 진영에서 강력하고
신속한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그는 ‘노예 폐지론자’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그는 노예 소유주에게도 공격을
받았습니다. 그는 절대적 평화주의자에게도 공격을
받았습니다. 그는 전쟁을 강력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도 공격을 받았습니다. 그는 그
전쟁을 노예제 폐지를 위한 것으로 만들지 않는다고
공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강력한 비난은 그가
전쟁을 노예제 폐지 전쟁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입니다.ꡓ

  이러한 상황이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라크 파병문제에서, 부안문제에서,
노동문제, FTA문제에서,
지방분권∙국가균형∙신행정수도건설문제에서,
그리고 가장 핵심적으로는 국회와 정당과 관련된 문제에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겠습니까. 대통령께서는 책에서
다음과 같은 ‘폭넓은 치밀한 전략적 접근’을
이야기합니다.
ꡒ링컨은 현실이 어떻든 간에 성과를 내려고 하는
조급한 개혁주의자가 아니었다. 역사와 흐름에 자신의
과업을 맡겨두고 그냥 민심을 쫓아다니지도 않았다.
링컨은 인간의 가치, 사회의 미래에 대한 분명한 자신의
가치기준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단순한 원칙주의자의
옹졸함도 없었다. 진보에 대한 확고한 인식과 열망이
있었고 한발 한 발 치밀하게 나아갔다. 그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선을 추구했다. 이상을 추구하되
현실에 두 발을 굳건히 딛고 서있었으며,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지만 성급히 내닫지 않았다. 링컨은
인간의 이상에서 눈을 떼지 않은 인도주의자였다. 동시에
환상이 아닌 현실에서 출발하는 전략적
현실주의자였다.ꡓ
  링컨의 성공은 앞에서 말한 ‘전략가’로서의 면모와
더불어 인간 개개인에 대한 깊은 애정, 결단과 포용을
통한 ‘감동의 정치력’을 발휘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대통령께서는 다시 책에서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ꡒ힘없는 대통령 링컨, 링컨 정권은 강력하지
못했다. 대통령 링컨은 자기가 임명한 장관이나 장군의
목을 함부로 칠 수 없는 힘든 상황에 처해 있었다. 쉼
없이 정적들의 강공에 시달리는 정권을 가지고 링컨이
연방통합과 노예해방 전쟁을 수행한 것을 보면서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가 어디로 가야하며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떠올린다. 권력적 수단을 통한 강제력에
있어서는 허약했지만 결단과 포용을 통해 강력하게
정책수행 능력을 발휘한 링컨이었다.ꡓ
  우리의 정권은 강력하지 못합니다. 야당이 3분의 2를
넘고 아직 여당도 없습니다. 동서남북, 위아래 할 것 없이
팔면이 초가입니다. 우리는 쉼 없이 강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으로부터, 노사양측으로부터,
농민과 기업, 환경단체와 지역주민으로부터........
해답은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전략적
현실주의’를 견지한다면,  ‘결단과 포용의 정치력’을
발휘한다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전략가’로서의 면모와
‘감동의 정치력’을 이미 보여준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제 청와대를 떠납니다. 한편으로는 국정이
이렇게 꼬여있는 상태에서 떠나는 것이 가슴 아프고, 제
스스로 큰 미련이 남습니다. 경선 때부터 정책을 책임진
사람으로서 무언가 가시적 성과를 내고 떠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마음이 참으로 무겁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대중 정치인이 되기 위해 死地로 여겨지는 대구에
출마하는 것에 대한 고민과 고통이 참으로 컸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저는 대통령과 함께 기적을 본 것도,
이렇게 청와대에 들어와 일을 한 것도 하늘의 뜻인
것처럼, 대구에 출마하는 것도 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저는 13년 전 지역통합, 민주통합, 민족통합을 내건
이수인 의원을 모시면서 정치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국민통합을 내건 김원기 대표를 모시고 통추에서
활동하기로 했고, 개혁과 통합을 내걸고 노무현 후보를
모셔왔습니다. 경선과 본선, 인수위와 비서실에서
국정비전과 리더십, 정책과 국정과제 담당자로 4년 가까이
일해 왔습니다. 후보 시절 모두가 그랬던 것처럼 저도
‘옳기 때문에’, ‘누군가는 해야 하기 때문에’
생활고를 견디며 경선 시기의 어려움을 버텼습니다.
  “동서간의 지역통합이 없이는 개혁도, 통일도 모두
불가능하다. 통합의 문을 통과해야만 개혁도, 발전도
가능하다”는 우리 대통령의 주장이 곧 지난 13년간의
저의 소신이기도 합니다. 이번 정기국회를 겪으면서
정치를 바꾸지 않고는 낡은 국회를 바꾸지 않고는
국민통합도, 새로운 나라도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더욱
깊이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개혁’과 ‘통합’으로 ‘새로운 정치, 새로운
대구, 새로운 나라’를 만들고 싶습니다.
  600년 전 세종이 꿈꾸고 추구했던 나라, 「사람
하나하나가 하늘의 백성(天民)으로 참으로 귀하게
대우받고 자각자신(自覺自新)하며 살아감의 즐거움을
누리는 나라,
화이부동(和而不同),법고창신(法古創新),실사구시(實事求是)로
가장 주체적이면서도 가장 보편적인 문명을 창조하는
나라, 문명된 사회에서 하늘의 백성과 더불어 즐기는
것(興民樂)을 정치인이 최고의 꿈으로 생각하는 나라」를
만들고 싶습니다.
  정도전을 만나고 링컨을 만난 것처럼, 지금 우리는
세종을 만나야 합니다. 21세기에 세종의 시대를 다시
열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참으로 어려운 시기를
통과하고 있지만, 세종의 시대를 아직 꿈꾸기 힘들어
보이지만 이를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이
민족생존의 유일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대구는 오랜 정체 속에 있습니다. 보수의 중심으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가장 강력한 반대지역으로 남아
있습니다. 경제사회적 무기력과 지하철 참사로 인한
후유증으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옛날의 영화는
사라졌으나 새로운 비전을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의
출마가 새로운 정치구도, 새로운 대구를 만드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동서가 통합되고 남북이 하나 된 아름다운 나라, 인간
하나하나가 존중받고 문명이 꽃피는 나라를 보고
싶습니다. 그러나 꿈이 크면 그 만큼 고통도 크겠지요. 또
도중에 쓰러질 수도 있겠지요.
  내년 총선을 위해 이렇게 청와대를 떠나는 것이
여러분들에게 혹이나 폐가 되지 않을까, 일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참으로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 금할 수가 없습니다.
나라의 상황으로, 연말연시로, 인사이동으로, 내년의
총선으로 어수선해지기 쉬운 이때 배전(倍前)의 각오와
집중력으로 우리 정부의 성공을 위해 노력해주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성공한 정부’를 만드는 것,
이것이 저나 여러분 모두의 역사적 사명이자 인간적
자존심입니다.
  이제 저에게 ‘희망의 근거’는 여러분입니다. “언젠가
해야 할 일이라면 지금 하자.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면
내가 하자.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일이라면 열심히
하자”는 말을 다시 한번 마음으로 다집니다.


2003년 12월 13일 토요일

  다음은 고향인 대구에서 국회의원으로 출마한 이유를
창당대회 축사의 형식으로 밝힌 것이다.
                             *                 *
  대구 시민 여러분, 북구 주민여러분, 우리당의 창당,
대구 북구을 지구당의 창당은 새로운 정치, 새로운 정당의
시작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국민이 참여하는 깨끗한 정당,
정당다운 정당을 만들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저는 여기에 모인 모든 분들이 새로운 정치, 새로운
대구,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주역이라고 확신합니다. 우리
모두는 새 정치의 주역, 새 시대의 주역이 될 것입니다.

  시민 여러분, 당원 동지 여러분, 여러분께서는 오늘의
우리 국회에 대해 만족하십니까. 오늘 우리 정치에
만족하십니까.
  국회는 낡았습니다. 일하지 않는 국회, 싸움으로
점철하는 국회가 되었습니다. 이제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국민에게 불만족을 안겨주는 낡은 국회를 청산해야
합니다.
  정치가 썩었습니다. 선거에 엄청난 돈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트럭으로 현금을 실어 날랐습니다. 여기에
누구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돈 선거, 부패정치를 청산해야
합니다. 제도를 바꾸고 의식을 바꾸고 사람을 바꾸어야
합니다.
  시민여러분, 오늘의 대구에 만족하십니까. 지난 8년간
한나라당 일당독주로 유지되어온 우리 대구의 정치현실에
만족하십니까. 오늘 우리 대구의 경제사회 현실에
만족하십니까.  
  이제 지난 시절 우리 대구의 영화는 사라졌습니다.
연이은 각종 사고로 많은 사람이 희생을 당했습니다. 이제
타 지역의 사람들은 대구를 동경의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동정의 눈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구는 새로 태어나야 합니다. 지금 대구엔 새로운
비전이 필요합니다. 지방분권, 국가균형발전의 시대에
새로운 대구발전전략이 필요합니다. 누가 새로운 비전을
만들고 정책을 만들 수 있겠습니까. 새로운 사람, 새로운
정당이 필요합니다.
  옛날에 ‘못살겠다. 갈아보자’는 말이 있었습니다.
이제 낡은 정치, 썩은 정치로 더 이상 살 수 없습니다.
낡은 정치를 바꾸고, 낡은 국회를 바꾸고, 낡은 대구를
바꿉시다. 그리고 낡은 우리 사회의 시스템과 의식을
새롭게 바꿉시다. 새로운 나라를 만듭시다.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읍시다.  

  우리는 꿈이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에 대한 꿈입니다.
새로운 세상,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꿈입니다.
  사람 하나하나가 하늘의 백성으로, 참으로 가치있는
존재로 대우받고, 가치있게 살아가는 나라에 대한 꿈이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빈부와 장애, 남녀와 노소를 떠나
이 사회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살아감의 즐거움을 누리는
나라에 대한 꿈이 있습니다.
  동서가 통합되고 남북한이 하나된 나라, 노사갈등, 각종
사회갈등이 합리적으로 해결되는 나라, 성실하게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잘 사는 나라에 대한 꿈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주체적이면서도 가장 보편적인 문명이
꽃피는 나라에 대한 꿈이 있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대구에 대한 꿈이 있습니다.
  우리 대구가 더 이상 보수와 정체의 상징이 되지 않고
새로운 시대창조에 앞장서는 도시에 대한 꿈, 대구에서
이루어진 모든 것들이 다른 지역의 모범이 되는 꿈,
우리가 대구에 산다는 것, 대구 출신이라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을 느끼게 되는 꿈이 있습니다. 대구 북구에, 이
지역에 산다는 것이 참으로 행복함을 느끼는 것에 대한
꿈이 있습니다!

  우리당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는 것이 이러한 꿈을
이루는 첩경이 될 것입니다. 이 대구 북구에서 우리당이
승리하는 것이 새로운 정치, 새로운 대구,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일대 사건이 될 것입니다.
  현실이 요동쳐도 노무현 대통령은 앞으로도 4년간
대통령직을 굳건히 수행할 것입니다. 이제는 대통령을
도와야 합니다. 대통령을 도우는 것은 개인 노무현을 돕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돕는 것입니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발목을 잡고 국정을 혼란에 빠뜨리는 것은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는 것입니다.
  나라를 안정시키고 국가를 발전시키기 위해, 우리의
생활을 개선하기 위해 우리당을 원내 제1당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제 대구에도 여당이 필요할 때입니다. 참신한
여당, 강력한 여당, 깨끗한 여당, 정책으로 국민에게
봉사하는 여당이 필요합니다.
  우리당으로, 우리당의 후보로, 우리 정치사상 가장
중요한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끕시다. 지역구도의 벽을
깨고 부패정치의 틀을 깨고 낡은 국회를 청산합시다.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내년 총선의 승리를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단 한가지의 강령은
‘지극정성(至極精誠)’이라는 단 한마디의 말입니다.
  우리는 한없이 낮아지고 겸손해야 합니다. 모든 사람을
받들고 공손히 모셔야 합니다. 예의바르고 성실해야
합니다. 원칙과 상식을 끝까지 견지해야 합니다.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지극정성으로 사람을 대해야 합니다. 말 한마디,
행동거지 하나, 물 한잔을 대접하더라도 정성을 다합시다.
한나라당 당원도, 우리당에 대한 반대자도, 현 정부에
대한 비판자도 우리는 모두 포용하고 설득하고 껴안아야
합니다.
  우리의 지극정성으로 우리의 가족을 감동시킵시다.
우리의 지극정성으로 우리의 이웃을 감동시킵시다. 우리의
지극정성으로 대구 시민을 감동시킵시다. 우리의
지극정성으로 하늘을 감동시킵시다!
  하늘은, 대구시민들은, 우리 이웃은, 우리 가족은 내년
총선승리로 우리의 지극정성에 화답할 것입니다.
  내년 17대 총선을, 4.15총선을 민주주의의 한판 축제로,
잔치로 만듭시다. 축제는, 잔치는 감동이 있어야 합니다.
선거가 이리 재미있고, 정치가 이리 가치있는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도록 합시다.  

  우리당의 창당, 우리 북구을의 총선승리는 우리의 50년
정치사, 우리 민족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일대 사건이
될 것입니다. 내년 우리의 총선승리는 혁명이 될
것입니다. 무혈혁명이 될 것이고, 참으로 아름다운
명예혁명이 될 것입니다.
  21세기 새로운 나라, 온 민족이 하나 된 자랑스런 나라,
새로운 정치, 새로운 대구를 만든 선조로 길이 기억되도록
합시다. 감사합니다.

2004년 1월, 2월 3월. 대구 칠곡

<우공이산을 실천하는 사람>

  어느 카센터에서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의 카센터는
손님으로 북적이고 있었고 직원들의 수도 카센터의 크기에
비해 제법 많았습니다. 젊은 그의 눈은 반짝이고 있었고
손은 기름때가 묻어 있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이 카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앞으로 더 많은 카센터를 만들 것이다. 저는
"우공이산"이란 말을 실천할 것이다. 배기찬 선배를
지지하지만 그것은 지연, 혈연, 학연 때문이 아니라
열심히 일을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창 카클리닉’의 강인석씨를 만난 뒤, 내 마음은 뛸
듯이 기뻤습니다. 나는 하나의 보석을 얻었습니다. 바른
생각과 성실한 노력으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고 이
사회를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이 우리의 주변에 있습니다.

<붕어빵을 굽는 부부>

  참으로 고운 부부를 만났습니다. 그들은 조그마한
포장마차에 붕어빵 굽는 작은 도구 하나와 어묵 끓이는
작은 도구 하나를 두고 남편은 붕어빵을 굽고 아내는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한 눈으로 봐도 초보 포장마차 같았습니다. 쉰이 조금
못돼 보이는 남편은 아주 잘 생긴 분이었고, 그의
생김새로 봐선 줄 곳 사무직에서 일해 온 분 같았고, 그의
아내도 마찬가지로 집안일만 돌본 분 같았습니다.
  포장마차 안에는 두 분의 정으로 아늑하였습니다.....
"두 분이 붕어빵 기계 하나와 어묵 하나 파는 것은 너무
시간이 아깝습니다. 여기에 떡볶기도 팔고 튀김도 팔고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아마도 포장마차를 처음
시작하는 분이라 서로 돕기 위해 두 분이 함께 나온 것
같았습니다.
  요즘 거리를 나서면 참으로 경제가 좋지 않아 서민들이
큰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계속 가슴이 아리고, 어제는
코등이 시큰해질 정도였습니다. 포장마차는 늘어나고
가게는 문을 닫고, 노점상으로 인하여 일반 상가는 또
타격을 받는다고 합니다.
  지금은 서민경제의 안정, 민생안정에 올인해야 할
때입니다. 정치도, 외교도 결국은 국민들, 특히 서민들이
"살아감의 즐거움"을 누리기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치인의 최고의 즐거움은 이러한 "서민들과 함께
살아감의 즐거움을 나누는 것"이어야 되겠지요.

<폐지를 모으는 노인>

  새해 인사를 위해 태전동의 길거리를 걷고 있었습니다.
그 때 길거리에서 일흔이 넘어 보이는 한 노인이 종이
박스나 마분지 같은 폐지를 주워 자전거 뒷자리에 싣고
있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어디선가에서 뵌 분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분이
저를 알아보시고 말씀하셨습니다. 지난 봄 우리 지역에
계신 목사님께 인사를 드릴 때 뵌 분이었습니다. 그
목사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목사직을 정년퇴직하고 사회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폐지를 모아 불우한 이웃을 돕고
있습니다. 아들은 미국에서 신학대학을 마치고 목회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몸을 움직여 조금이라도 사회에
기여하는 데 보람을 느낍니다."
  일흔이 넘어 목사직을 은퇴한 노목사님의 길거리에서의
폐지 줍기는 사회를 위해 일을 하겠다고 나선, 신앙생활을
하는 저에게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신목사님 건강하시고
하나님의 은총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희망을 만드는 사람>

  두 번째로 그 분을 만났습니다. 그 분은 서변동에서
부부가 힘을 합해 조그마한 볶음 전문점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만났을 때에도 그 분은 정치에 대해, 사회에
대해, 그리고 각종 생활문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어떨 때는 이 어렵고 혼란한 현실에 대해 울분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다시 만났을 때 그 분은 많이 바뀌어져 있었습니다.
그가 지지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그리고 열린 우리당에
대해 희망을 말했습니다. 대통령의 몇 가지 실수는 이제
극복될 것이고, 우리당도 새로운 정당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그리고 지금의 이 혼탁한 정치현실도 결국 이번
총선을 계기로 좋아지지 않겠느냐고....
  그러면서 "내 스스로 이 사회의 기초질서를 지키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배달을 나가기 위해
오토바이를 탈 때 꼭 헬멧을 쓰고, 신호등도 지키고,
원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사회를 한탄하고 정치인을 욕하기에 앞서 내 스스로 이
사회를 바르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그 말을
들었을 때, 그 분은 뭔가 도(진리)를 깨친 분처럼 보였고,
나는 또 한 분의 선생님을 만난 느낌이었습니다.
  그 분의 이야기는 어느 학자의 강의보다도
훌륭했습니다. 열심이 들었습니다. 받아 적고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내 마음의 보석상자에 엄대용이라는 참으로
귀한 분을 간직하고 싶었습니다.
  우리 주위에는 엄 선생님과 같은 분이 참으로 많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석같은 이 분들을 찾아내고 그
분들을 힘의 원천으로 삼는 것, 이것이 기진맥진할 수밖에
없는 대중 정치인이 힘을 얻고 사회에 헌신하며 살아가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겸손에 대하여>

  아침부터 밤늦도록 하루에도 몇 백 명, 몇 천 명을
만납니다. 남여 노소를 막론하고 만나고, 정치성향도
우리당에 대한 강한 반대자부터 강한 지지자까지 다양한
사람을 만납니다. 생활수준도 아주 다양하지요. 이토록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제가 항상 생각하는 것은
'겸손'입니다.
  겸손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길가에서 고개를 숙이고
인사하고, 식당에서 두 다리를 끓고 앉아 인사하면서
주민들이 하시는 말씀을 들으면서 '겸손'을 생각합니다.
  겸손은 우선 자기가 낮아지는 것입니다. 만나는 어떤
사람보다도 자기가 낮다는 생각을 하는 것, 이것이 겸손의
첫째일 것입니다. 정치인의 겸손은 자기 지역민, 국민보다
자기가 낮다고 생각하는 것이겠지요. 낮아져야 담을 수
있을 것입니다. 낮아야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은 상대를 높이는 것, 상대를 받드는 것이겠지요.
내가 낮아지는 것 못지않게 상대를 높이는 것도 겸손에
해당할 것이고, 이 경우는 '공손'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겸손을 생각할 때 제가 항상 생각하는 분은
예수님입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들입니다.
하나님입니다. 그런데 그 분이 낮아져서 인간이
되었습니다. 인간이 된 하나님, 이것이야말로 참으로 큰
사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사시면서 온갖 수모를
겪었고 결국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습니다. 사는 동안
제자를 모시고, 이웃을 모시고, 하나님을 모셨습니다.
겸손하고 공손한 분이었습니다.
  사람을 만나면서 그 분들의 생각과 고민, 기쁨과 고통,
생활 하나하나를 느끼는 것으로 저는 조금씩 단련되는 것
같습니다. 낮아지고 넓어지려고 합니다. 이무기가 물
속에서 숨쉬지 못하고 잠수하는 동안 단련되듯이, 저도
수천, 수만의 사람을 만나면서, 그리고 그 분들의 분노와
소망을 묵묵히 들으면서 단련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

  제가 좋아하는 노래중의 하나가 안치환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입니다. 이 노래는 저와 같은 음치가
부르기엔 아주 힘든 노래인데도 노래방에서 한번씩
악다구를 써가며 부르곤 합니다.
  우리 인간들은 지극히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어서
어떻게 보면 아주 추악하고, 전투적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모든 것을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기 힘들고 쉽게 화를 내고, 어떤 문제의
원인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기도 합니다.
  환경이 어려워지면, 위기가 닥쳐오면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별 죄도 없는 사람에게 무자비하게 흠집을 내고
잘못을 뒤집어씌우기도 하지요.  
  선거운동 자체가 사람을 만나는 것이 대부분이다보니
많은 사람을 만납니다. 이런 분도, 저런 분도 계시지요.
그러나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저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 사람의 기쁨과 행복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생각을 강하게 합니다.
  우선 자신의 일에 충실한 분들이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고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 자기 자신을 위해, 또 자신의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그 자체에서 향기가 납니다.
시장에서, 가게에서, 그리고 각자의 일터에서, 가정에서
이렇게 묵묵히, 그러나 알 것은 다 알고 있는 많은 분들이
모두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이라 할 것입니다
  한 발 더 나아가 자신의 일뿐만 아니라 타인을 위해,
지역을 위해 열심히 봉사하는 많은 분들이 진정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우리 지역엔 참으로
많은 봉사단체가 있고 많은 분들이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사람이 알아주든, 않든 이러한
일에 가치를 두고 일하고 있지요.  
  저는 요즘 사람을 만날 때마다 '칭찬받는 국회의원이
되겠습니다.'고 말합니다. 이 말속에는 국회의원이
되더라도 '내 중심'이 아니라 '국민 중심'으로 살겠다,
국회의원의 직분에 충실하겠다는 뜻이 담겨있습니다.
직분에 충실하지 않고, 내 욕심, 내 편한대로 국회활동을
하면 '욕먹는 국회의원', '추악한 인간'으로
전락하겠지요. 그러나 '국민 중심'으로, 직분에 충실하며
주민 하나하나의 마음과 공감하며 일을 한다면 '칭찬받는
국회의원', '꽃보다 아름다운 인간'이 될 수 있겠지요.  
  
  저는 오늘도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나러 집을
나섭니다.


2004년 4월 17일 토요일

  4월 15일의 투표결과 낙선한 지 이틀 뒤에 낙선 인사를
했다. 다음은 그 내용이다.
                         *                        *
   저를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참으로 감사드립니다.
  작년 12월 5일 청와대를 사직하고 내려온 뒤부터
지금까지 부족한 저를 어린 학생부터 나이 많이 드신
어르신까지 모두 열심히 성원해 주셨습니다. 후원도
해주시고 자원봉사도 해주시고, 선거운동원으로 뛰어도
주시고, 박수도 쳐주셨습니다. 참으로 저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비록 낙선했지만 결과 또한 나쁘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대구에서 35%의 득표율로 4만표를 얻었으니
큰 성과라 할 수 있겠지요. 모두 열심히 뛰어준
여러분들의 덕분입니다.
  특히 저는 초등학생에서 대학생까지 학생들이 제게
보내주신 성원과 지지에 대해 잊지 못할 것입니다. 가는
곳마다 손을 흔들어 주고 부모에게 3번 투표를
권유하고....... 어떻게든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어제 낙선 인사를 다니며 대구에서의 한나라당 싹쓸이에
대해, 지난 14년간 노력했지만 지역주의를 극복하지 못해
조금은 목이 메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힘을
추스리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뜻을 묻기 위해 기도도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저에게 표를 주신 4만2 분의 소중한 뜻을 새기며
살겠습니다. 그리고 종종 뵙도록 하겠습니다. 건강하시고
좋은 뜻을 이루며 사시길 기원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05년 6월 5일 일요일

  “하나님께서 주시는 것은 모두가 좋은 것이다.”
“하나님은 구한 것 이상으로 응답하신다.” “악한 너희
인간들도 네 자식을 사랑하는데, 내가 너를 사랑하지
않겠는가. 사랑하는 아들아, 너는 나의 일을 하라.”
  하나님께서 주신 이 말씀들이 모두 사실임을 또 다시
확인시켜주신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고통을 기쁨으로
만드시는 하나님, 작은 것을 큰 것으로 만드시는 하나님,
아브라함이 드린 이삭의 번제(燔祭)를, 예수님이 드린
골고다의 선혈(鮮血)을 영광으로 바꾸시는 하나님 아버지,
어떤 일이 있어도 약속을 지키시는 하나님 아버지께
참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하나님에 대한 감사가 마음에서 끊임없이
솟아오른다.

  작년 대구에서 낙선한 뒤 한참 동안 허망했다. 선거에서
떨어질 것은 출마하기 전부터 예상했던 바였고,
탄핵정국으로 정세가 뒤집힐 때도 승리를 장담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막상 4월 15일 저녁의 개표결과 수도권이
압승한 상태에서 대구에서 낙선하고 나니 허전함이,
실망감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하나님을 믿고 기적을 바랬는데, ‘좁은 길’을 가면
기적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목숨을 걸고
싸우면 하나님의 도움으로 이길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모든 생각이 부질없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하나님은 과연 계시는가? 과연 좁은 길을
가는 것이 옳았는가? 실리를 쫒지 않고 지역통합의
대의를 쫒는 것이 과연 현명했는가? 수도권에서
승부를 걸어 국회의원 뱃지를 다는 것이 더 중요한 게
아니었는가?
  며칠이 지나니 내가 죽었다는 사실이 실감이 났다.
사람이 흩어지고, 다른 지역에 출마한 사람들은
국회의원이 되어 등원하고, 나는 산송장이 된 기분이었다.
이때 골고다 언덕위에서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님이
생각났다. 아마도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힐 때까지,
아니 십자가에 못 박혀 마지막 숨을 거두실 때까지, 아니
무덤에 시체가 옮겨질 때까지 예수님을 따르던 모든
사람들은 기적을 꿈꾸었으리라. 십자가를 지고 언덕에
올라가지만 못 박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십자가에 못
박히지만 죽지는 않을 것이라고, 창이 예수님의 가슴을
찔렀지만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은 돌아가시지 않을
것이라고.......
  아! 그러나 막상 예수님이 완전히 숨을 거두고 시체가
되어 무덤에 묻혔을 때, 제자들은, 식구들은, 예수를 알던
사람들은 얼마나 낙담했을까? 얼마나 절망했을까? 얼마나
배신감을 느꼈을까? 예수님이 부활하시기 전 시체로
무덤에 계셨던 그 3일간은 그들에게 최악의
시간이었으리라.
  예수님은 십자가를 졌기 때문에 부활한 것이 아니라,
십자가에 못 박히고 창에 찔렸기 때문에 부활한 것이
아니라, 완전히 죽으셨기 때문에 부활하셨다. “죽어야만
살아난다. 완전히 죽어야만 다시 부활한다.” 나는 진리를
보았다!

  6월말에 대구의 짐을 정리하고 서울로 올라왔다. 나는
청와대로 복귀하고 싶었는데, 당에서 그리고 청와대의
동료 후배들이 당 산하 연구소를 설립하라고 권했다.
준비위원으로서 활동했으나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선택의 순간이 왔다. 내키지 않는 연구소에서 활동하기
위해 뛸 것인가? 아니면 생활의 압박을 감수하고 10여 년
간 몇 번이나 쓰려고 마음먹었으나 쓰지 못했던 책을 쓸
것인가? 몸과 마음은 책을 쓰는 데로 가고 있었다.
인생에서 ‘기회주의’를 청산하기로 했다. 생활에 대한
걱정은 접어두고 온 힘을 다해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
  10월 1일, ‘코리아의 운명’을 주제로 집필에
돌입했다. 1달 만에 결론부분을 제외하곤 거의 2천 쪽에
가까운 원고를 썼다. 그리고 11월말에 초고를 완성했다.
초고를 주변에 계신 몇 분에게 돌리고 코멘트를 부탁했다.
일부에서는 크게 호응했으나, 일부에서는 코멘트하기를
꺼렸다. 2005년 1월 출판사를 찾았고, 2월에는 출판계약을
맺었다. 나는 2005년이 일제의 보호국화 100년, 해방
60년, 한일국교정상화 40주년이므로 타이밍을 맞추어야
한다고 출판을 재촉했다. 출판사는 미적거렸고, 북한의
핵문제와 한미관계가 외교문제가 국가적인 이슈로
부각되자 5월 9일에『코리아, 다시 생존의 기로에
서다』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협력해서 선을 이룬다.”는 말처럼 책 출판의 시점도,
출판이 늦춰져서 생긴 시간에 수정한 내용도
만족스러웠다. 출판 뒤 반응도 좋았다. 어떤 친구는
평생에 이러한 책 하나 쓰는 것으로 인생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말도 했다. 주변에 책을 몇 권 증정하고,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에도 책을 몇 권 돌렸다. 얼마 전
청와대에서 전화가 왔다. 대통령께서 책을 잘 읽었다고
하면서 오찬 약속을 잡겠다고 했다. 6월 2일 대통령님과
오찬을 하면서 오랫동안 책의 내용에 대해,
외교통일정책의 방향에 대해 토론했다. 그리고
대통령께서는 한 가지를 제외하고는 내 책의 내용에
동의한다고 하시면서 격찬을 하셨다. 우리는 민족의
좌표를 분명히 하고 국론을 통일시켜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6월 3일에는 국회의장의 정책비서관으로 등록했다.
청와대를 사직한 지 꼭 1년 반, 국회의원 선거에 낙선한
지 1년 만에, 10년 전 「동아시아의 국제정세와 민족의
진로」라는 제목으로 책을 쓰려고 한 이래 계속 품어왔던
그 10년간의 숙원을 풀고 일상으로 복귀했다. 지난 봄,
주변의 지인들과 민족사회를 한 차원높이고, 우리의 삶도
한 차원 높이는 5%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이 또한 10년
가까이 생각해온 일이 아닌가. 지난 세월과는 또 다른
새로운 일들이 이제 전개되고 있다.

  골고다 언덕위에서, 십자가 위에서, 무덤 속에서 희망을
보게 하시고, 부활케 하신 하나님 아버지. 지난 세월 수십
번에 걸쳐 하나님이 주신 영광을 보았으면서도 항상
불평하고 불신하고 불안해했던 나에게 십자가의 은총까지
내려주신 하나님 아버지. 이제는 성숙한 아버지의 아들,
예수님의 제자, 하나님의 종으로 한발 더 다가가리라.
일용할 양식에 감사하고, 풍랑을 두려워하지 않고
담대하며, 고난을 곧 삶의 비타민으로 여기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변해가리라.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 이는 혈통으로나
육정으로나 사람의 뜻으로 나지 아니하고 오직
하나님께로서 난 자들이니라.”(요한복음, 1장)
“사랑하는 자들아, 우리는 지금 하나님의 자녀라. 장래에
어떻게 될 것은 아직 나타나지 아니하였으나 그가
나타내심이 되면 우리가 그와 같을 줄을
알리라”(요한일서 3장)
  10년 전 나는 하나님을 ‘친아버지’처럼 아버지라
불렀고, 아버지께서는 불세례로 응답하셨다. 4년 전 나는
‘친자식’을 생각하며 하나님을 불렀고, 하나님은
‘사랑하는 아들아’라고 응답하셨다. 아브라함의 하나님,
모세의 하나님, 다윗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살아계시고
역사하시는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2005년 10월 14일

  노무현 대통령이 『코리아, 다시 생존의 기로에
서다』에 대한 서평을 10월 2일과 14일, 2차례에 걸쳐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렸다. 아래는 그 내용이다.

                        *                          *
<대통령이 읽은 책, 『코리아 다시 생존의 기로에 서다』>

  “문제의식과 관점이 예리하다.”  “상황을 보는 눈이
좋다.”
  책을 읽은 대통령의 종합적인 평이다.
  저자가 해수부장관 시절부터 후보경선을 거쳐
청와대에서 근무하기까지 지근거리에서 대통령을 보좌했던
인연으로 접하게 된 책. 그러나 대통령은 인연 있는
저자의 작품이어서 그런지 오히려 호평을 최대한
자제하려는 모습이었다.
  이 책은 100년 전처럼 흔들리며 요동치고 있는 현재의
국제관계와 동북아 정세 속에서 대한민국이 가져야할
비전과 수립해야할 전략, 그리고 취해야할 행동을 다양한
자료와 풍부한 관련 지식을 인용해 제시하고 있다.
  먼저, 이 책은 지난 2000년에 걸친 코리아와 동아시아의
흥망사를 저자 나름의 독특한 틀로 분석하고 있다.
건국신화와 고인돌 양식, 비파형·세형 청동검을 예로
들어 황허 중심의 중국문명과는 확연히 다른 조선
문화권의 존재를 증명하는 방식이다.
  이어 세계제국을 이룬 몽골제국의 칭기즈칸, 일본형
중화체제를 수립한 도쿠가와, 비전과 전략의 부재로
비극을 맞은 대원군 등 역사의 분기점에서 각국의
전략가들이 펼친 정책을 분석한다.
  그리고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우리가 외침과
경제위기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선순환의 궤도에 확고히
진입하기 위해서는 조금 불편하고 불만족스럽더라도
세력관계를 규정하고 있는 중심적이고 핵심적인 힘, 즉
패권국의 어깨 위에서 한반도의 미래를 보자고 제안한다.
  이 책을 대통령이 처음 들었던 것은 5, 6월경. 대통령은
“관념 속에서 생각으로 만들어낸 추론이 아니다.
사실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논리를 풀어가고 있는데, 그
사실의 인용이 매우 경제적이고 압축적”이라고 평했다.
한마디로 복잡한 현상을 단순한 구조로 이해할 수 있게
해주며, 특히 한국적 관점에서의 문제제기라는 점에서
국제정세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 대통령은
곧바로 저자를 불러 책을 출간하게 되기까지의 노고에
대해 격려하기도 했다.
  아쉬움도 있었다. 책의 후반부에서 제시하고 있는
해결책에 대해서는 무언가 2%의 부족함을 느끼고 있는 듯
했다. 그것은 우리 자신의 주도적 역량에 대한 강조가
약한 것 아니냐는 반문이었다. 지나치게 주어진 질서를
숙명적이고 필연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느낌 같은
것이었다. 이 대목에선 겸손함보다 우리 스스로가 갖고
있는 동력이 좀 더 적극적으로 표현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전체적으로 우리의 미래를
내다보는 데 있어 전부는 아니지만 중요한 하나의 틀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는 앞서 지적한 해결책의
아쉬움도 논리의 전개과정에 하나하나 녹아있다고 볼 수
있겠다. 말하자면 전적으로 의존할 수는 없지만 우리에게
꼭 필요한 하나의 틀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는 것이다. 그런 감상은 대통령의 이
한마디에 응축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꼭 한번 이 틀로 보지 않으면 문제의 진상을 정확하게
보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세종대왕을 다시 읽은 대통령의 생각 한 자락>

  얼마 전 대통령은 세종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가졌다. ‘코리아, 다시 생존의 기로에 서다’(배기찬
지음)라는 책을 읽고 나서다. 대통령은 “평소 세종을
우리 역사에서 가장 훌륭한 지도자의 한 분으로
생각하기는 했지만 본받고 싶다고 말하는 것도 조심스러워
입에 올리지는 않았다”며 얘기를 꺼냈다. 그러던 차에 그
책을 읽으면서 세종이, 대통령이 평소에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위대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며 독후감을
이어나갔다. ......
  대통령은 이 책(코리아, 다시 생존의 기로에 서다)이
전체적으로 여러 가지 역사적 사실을 명쾌하게 해석해
오늘 우리의 현실을 더욱 잘 이해하게 해준다고 평하면서
특히 세종 부분에 대해서는 관찰과 분석 자체가 매우
새롭고 독창적이라면서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대통령은 하늘백성(天民)론과 대화와 협력의 리더십
대목에 대해 강한 인상을 받았다. 세종에 대한 현대적인
해석도 탁월해 이러한 독창적이고 탁월한 분석 덕분에
세종의 위대함을 새삼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고
고마워했다.
  대통령의 독후감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요즘 대통령의
고민을 담은 한 자락 생각으로 이어졌다. 대통령은
“세종과 정조에 관한 글들을 많이 읽은 편이다. 글을
읽을 때마다 그 분들이 얼마나 훌륭한 지도자인가를 새삼
느끼게 되지만 한편으로는 그 때마다 아쉬움도
남는다.”고 한다.
  그 훌륭한 리더십이 지속적으로 계승되지 못한 점에
대한 아쉬움이다.
“세종은 한글을 창제했지만 이후 한글이 존경받지는
못했다. 한글이 존경받고 널리 사용되는 사회구조가
만들어졌다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우리의 근대사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고 하지만
참으로 아쉬운 대목이고 한편으로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기도 하다.”
  대통령의 독후감은 이렇게 마무리 된다.
“세종과 같은 훌륭한 지도자도 중요하지만 그런 훌륭한
리더십이 지속적으로 재생산될 수 있는 사회구조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한 것 아닌가. 그런 뜻에서 민주주의 제도는
개인이 만들지는 않았지만 참으로 위대한 것이다. 오랜
역사의 과정을 거치며 훌륭한 정치가 재생산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그렇다.”
  요즘 대통령의 고민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대결과
갈등 때문에 앞으로 전진하지 못하는 구시대는 이제
마감할 때가 되었다는 것이 대통령의 소신이다. 앞으로
누가 지도자가 되든,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훌륭한
리더십이 계속 이어질 수 있는 성숙한 사회 구조와 문화를
만드는 데 벽돌 하나라도 쌓고 싶은 것이 대통령의 가장
큰 소망인 듯하다.

2006년 4월 1일 토요일

  요즘 내가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은 ‘부활’이다.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창에 찔려 죽으신
예수님이 무덤에서 부활하셨다. 피로써 인간의 죄를
씻으시고 부활로써 영광을 받으셨다. 부활을 믿는 것,
부활을 체험하는 것이야말로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영광이 아닐까? 사람들이 가지 않는 좁은
길을 가고, 겟세마네에서 죽도록 고민하면서 기도하고,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의 언덕을 오르고, 끝내 십자가에 못
박히고 피를 흘려 죽는 것으로 끝났다면, 우리에게,
우리의 하나님에 대한 믿음에 무슨 소망이 있을까, 무슨
기쁨이 있을까? 그러나 하나님은 참되시고, 성경은
진리이다. 하나님은 영광을 받으시고 또 당신의 자녀를
영광스럽게 만드신다. 하나님은 항상 기도한 것 이상으로
응답하신다.  

  2월 16일 청와대에서 대통령께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1백명이 넘는 재외공관장을 초청해 만찬을 베푸셨다. 나는
이 행사에 대해 몇 일전부터 알고 있었고, 내가 쓴 책을
어떻게 하면 이들에게 읽힐 수 있을까를 두고 몇 일간
계속 고민하고 있었다. 외교관들이야말로 내 책이 꼭
필요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통령 비서실을
통해 대통령님께서 내 책을 선물하시도록 부탁을
드려볼까? 마음은 간절하지만 염치가 없어 보였다. 망설일
뿐 용기가 나지 않아 실천에 옮기지 않았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국회의장님이 주최하는 오찬장에서
국회의장님이 재외공관장들에게 한 권씩 선물하시도록
의장 비서실장께 부탁을 드릴까 하는 생각도 떠올렸다.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 비서실장의 방문
앞에까지 갔다. 그러나 결국은 되돌아왔다.
  마음만 간절했을 뿐, 대통령께도 국회의장께도 내 책을
나눠주시도록 부탁을 드리지 못했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시간은 모두 지나갔다. 대통령께서 재외공관장들과
만찬을 하셨고, 그 다음날 국회의장 주최의 오찬이
계획되어 있었다. 나는 의장주최의 오찬이 있는 날 아침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하고 있었다. 그 때 핸드폰이 울렸다.
국회의장실에서 함께 근무했던 외교부 국장이 전화를
했다. 어제 만찬장에서 대통령께서 <코리아, 다시 생존의
기로에 서다>를 한참이나 설명하시고, 참석한 모든 재외
공관장들에게 책을 한 권씩 선물했다는 것이다.

  대통령께서는 만찬이 끝날 무렵 30분이 넘게
“삼국통일을 고구려가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왜
신라가 삼국통일을 할 수 있었을까”, “명나라가 망할 때
광해군이 했던 외교는 적당한 것이었나”, “조선 말기
친중, 친러도 해보고 친일, 친미도 해봤지만 어디와 손을
잡았든 우리가 힘이 없는데 누구에게 짓밟히느냐가
문제였을 뿐이었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한 생존전략과 관련한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책”이라며 내 책을 한권씩 선물했다는
것이다.
  대통령께서 내 책을 재외공관장들께 선물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 나는 버스 안에서 하나님의 배려에, 은총에 띌
듯이 기뻐하며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안절부절하던 저의 마음을
보시고, 저의 바램을 읽으시고, 가장 좋은 시기에 가장
좋은 방법으로 책을 나눠주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저와 마음이 통한 대통령님께도
감사합니다.”
  출근을 하고 국회의장님이 주최하신 오찬장에 갔더니
공관장을 비롯해 만나는 사람마다 나의 책에 대해
이야기한다. 대통령님께서 어제 만찬장에서 내 책에 대해
이야기 하셨고, 호텔에 돌아가 흥미롭게 읽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였다. 그 뒤 국회의장님께서도 국회의원 전원에게
내 책을 한권씩 선물하셨다. 영광을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의 마음이 넘쳤다.    

  그리고 2월 24일 청와대에서 비서관 인사가 발표되었다.
나는 동북아시대비서관이 되었고, 이튿날부터 업무를
인수받기 위해 정부종합청사에 나갔다. 며칠 뒤
대통령께서 새로 비서관이 된 사람들과 오찬을 하셨다.
오찬의 말미에 내 책 이야기를 하셨고, 국민들에게 더
많이 읽히게 하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다.
  3월 23일, 나는 제주도에서 2박3일간 열린
한중전략대화에 참석 중이었다. 그날 대통령께서 인터넷을
통해 ‘국민과 대화’하셨고, 대화의 마지막에 <코리아,
다시 생존의 기로에 서다>를 직접 가지고 나와서 책을
소개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대통령께서는 인터넷을 통해 "한국의 외교.안보 관계의
전략적 방향이 어디로 갈 것이냐에 대해 상당히 분석이 잘
돼있다 싶은 책이 있어 들고 나왔다“면서, 이 책은
"지금까지 교과서, 일반적 책에서 볼 수 없었던, 그야말로
한반도를 둘러싸고 진행된 역사의 본질적 구조를 분석하고
오늘의 현실과 대조하고 있다. 100% 맞지 않지만 상당히
많은 면에서 도움이 된다”고 소개했다. 또 "오늘의
현실과 잘 대조해서 상당히 많은 점에 있어서 도움을
받았다"며 "이 책을 보면 사고를 발전시키는데 굉장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께서 국민과의 대화에서 직접 책을 소개하신 뒤,
책은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1년만에 다시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책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코리아의 운명을 주제로, 코리아의 새로운
운명개척을 위해 고통 속에서 씌어진 책이 인구에
회자되고 또 토론된다면 우리의 현실과 미래에 대한
논쟁을 한 차원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겨났다.
  책이 출판된 뒤 여기저기서 강연 요청이 있었다. 특히
젊고 의식이 있는  목사님을 비롯해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과의 교유가 빈번해졌다. 오늘은 숭의교회에서
주최한 강좌에 가서 책의 내용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2001년 봄, 신학교에 가려고 그렇게 애썼으나 그 길을
막으셨던 하나님이 <코리아, 다시 생존의 기로에 서다>를
통해 이렇게 신실한 크리스챤을 많이 만날 수 있게 해
주신데 대해 다시 감사를 드린다.  
  대구 총선에서 실패하고 당 연구소를 출범시킨 뒤,
고통과 고민의 나날 속에서 책을 쓰도록 인도하신 분도
하나님이셨고, 책을 두 달 만에 끝낼 수 있게 집중하도록
하신 분도 하나님이셨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읽히시는
분도 하나님이시니 영광을 받으실 분도 하나님이시다.

  지난 10년간 나는 참으로 하나님의 큰 은총을 입었다.
구약과 신약에 나오는 그 수많은 사건과 이적을 체험했다.
사선(死線)을 넘나드는 방황 속에서 하나님을 만났고,
치명적인 죄에 대해 용서를 빌었으며, 죄사함의 응답을
받아 출애굽의 기적을 체험했다. 불기둥과 구름기둥을
보여주시고, 만나와 메추라기를 내려주셨으나, 나는
광야생활의 그 이스라엘 사람처럼 수없이 고민하고
방황하고 고통을 느끼며 하나님께 반항했다. 그 속에서
가나안을 향해 당신의 백성을 이끄시는 하나님의 깊은
사랑을 느꼈다. 하나님은 좁은 길로, 겟세마네 동산으로,
골고다의 언덕으로, 십자가로, 결국은 무덤으로 나를
이끄셨다. 그리고 마침내는 부활의 은총을 내려주셨다.

  “부활의 하나님, 영광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저같이
미미한 존재를 들어 이토록 영광스럽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이 영광 모두 하나님의 것이오니 하나님께서
영광 받으시옵소서. 하나님 아버지, 저는 아직 미숙하고
부족하오나 아버지에 대한 순전한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아버지 뜻대로 살게 하옵소서,
아버지의 뜻을 흔쾌히 따르게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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